[프로야구]LG 김용수, 600경기 출장 금자탑

  • 입력 2000년 7월 15일 23시 05분


한국프로야구에도 명예의 전당이 생긴다면 과연 누가 1순위 후보일까.

82년 한 시즌 22연승의 세계기록을 수립한 '불사조' 박철순(OB). 83년 삼미의 52승중 30승을 올린 '너구리' 장명부. 84년 한국시리즈 4승의 '무쇠팔' 최동원(롯데). 통산 세차례 0점대 평균자책에 빛나는 '무등산 폭격기' 선동렬(해태). 공수주 3박자를 완벽하게 갖춘 '야구천재' 이종범(해태). 한국시리즈 V9에 빛나는 해태 김응용감독까지 한국프로야구는 19년의 짧은 역사에도 눈부신 스타를 배출했다.

그러나 팬들은 소리 소문없이 선산을 지킨 '굽은 소나무'를 잊고 있었다.

현역 최고령투수인 LG 김용수(40). 팬들은 15일 잠실 한화전에서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한 대기록 앞에 우뚝 서 있는 '늘푸른 소나무'를 바라보고는 깜짝 놀랐다.

투수 최초의 600경기 출장. 타자로 치면 2000경기 이상에 해당하는 대기록. 참고로 타자 최다경기 출장기록은 은퇴한 김광림(쌍방울)이 갖고 있는 1630경기다.

김용수는 지난해 4월15일 인천 현대전에서 국내에선 최초이자 130년 역사의 미국프로야구에서도 네 명밖에 이루지 못했던 100승-200세이브 동시 달성의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1m72, 75㎏에 불과한 그가 85년 입단후 16년간 선발 마무리를 가리지 않고 변함없는 활약을 보이며 대기록을 세우게 된 비결은 간단하다.

그는 야간경기때도 늦어도 오전 1시에는 잠자리에 든 뒤 오전 8시에는 꼭 식사를 한다. 홈경기를 마치면 한눈 팔지 않고 곧바로 달려가 휴식을 취한다. 쉬는 날도 감각을 잃지 않으려고 야구공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92년 좌골신경통으로 선수생활이 중단될 위기를 슬기롭게 해결한 것은 이처럼 야구밖에 모르는 철저한 자기 관리 덕분이었다는 평가.

그러나 이런 그도 이제 불혹의 나이. 올시즌 19경기에 나가 5승4패 1세이브에 평균자책 5.60의 평범한 성적.

선발로 다시 전업한 그는 대망의 250세이브에 26개, 300세이브포인트에 9개만을 남겨두고 있지만 올해안에 기록달성은 어려운 상태다.

그러나 김용수는 "프로선수라면 팀에서 필요로 하는 어떤 포지션이라도 맡을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덤덤하게 말한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김용수. 그야말로 야구인들의 오랜 화두인 명예의 전당 1순위 후보가 아닐까.

<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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