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타워] 잘나가는 삼성이 해결해야할 일

  • 입력 2000년 7월 13일 19시 09분


몇 년 전만 해도 경제기자들은 재계관련 기사를 쓸 때 삼성과 현대 중 어디를 앞세워야 할지 고민해야 했다. 두 회사 모두 한국재계의 선두를 자부했고 일리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 삼성이 명실상부한 한국 간판기업이라는데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삼성 계열사의 올 상반기 매출액은 60조원을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순이익은 상반기가 4조4000억원, 연간 8조∼9조원으로 예상돼 ‘단군이래’ 최대기록 경신이 확실시된다. 14개 계열 상장기업의 시가총액은 73조원을 넘어 현대 LG SK의 전 상장사를 합한 것보다 많다.

물론 삼성의 독주는 특유의 강점에 기인한 바 크다. 발군의 능력을 지닌 정보수집력과 반도체 투자성공으로 대표되는 시장동향 파악력, 외부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탄탄한 자금력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잘 나가는’ 삼성이 지닌 내부적 문제점도 있다.

‘삼성신화’의 핵심인 삼성전자나 삼성SDS에서 나타나는 직원들의 연쇄퇴사를 보자. 직원동요는 벤처붐이라는 외부변수도 있겠지만 폐쇄적이고 획일적인 조직문화에 기인한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관리의 삼성’이라는 조직문화가 정보화시대에 반드시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보장은 없다.

이건희회장의 아들인 이재용씨의 주식변칙증여 의혹이나 후계문제를 둘러싼 삼성측 대응도 그렇다. 이재용씨가 인터넷비즈니스 등에 실질적으로 관여하기 시작했는데도 삼성측은 부인과 함구로 일관하면서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한국재벌의 특성을 이해하지만 다른 기업에 비해서도 지나치다. 삼성이 누리는 ‘우월적 지위’중 일부는 실제 내용보다 이미지에 기인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창립이래 최대의 호기를 맞은 삼성은 경쟁력을 유지, 확대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삼성이 직면한 몇가지 과제를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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