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린다 김 의혹' 묻어둘 수 없다

  • 입력 2000년 7월 9일 18시 34분


검찰은 죄질이 크게 나쁘지 않다는 이유로 재미동포 로비스트 린다 김(金)을 불구속 기소했으나 법원은 엊그제 1심 선고공판에서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며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죄질이 나쁜데다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도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물론 양형이나 구속 여부에 대해 검찰과 법원의 판단이 다를 수도 있다. 그러나 불법 로비 의혹을 둘러싼 이번 사건의 경우 검찰과 법원이 혐의의 정도 문제가 아니라 사건 본질에 대해 큰 인식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판결문을 보면 법원은 검찰과는 달리 린다 김이 끼어든 백두사업 등 일련의 군 전력증강사업 추진과정에 구조적인 불법 로비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한 것 같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에도 없는 린다 김과 백두사업을 진행하던 군 실무자의 ‘부적절한 관계’를 확인해 판결문에 포함시켰고 직권으로 증인을 소환해 불법로비 행태를 입증하기도 했다.

재판장이 선고공판을 끝낸 뒤 이례적으로 판결의 배경을 설명하면서 “검찰이 수사기록을 일부만 넘겨서 내가 이 사건과 관련해 알고 있는 것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말한 것도 검찰이 이 사건을 의도적으로 축소하지 않았느냐는 의혹을 내비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실 검찰은 군 수사기관의 자료를 넘겨받고도 불법 로비의 실체를 규명하기보다는 파문의 확산을 막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검찰은 전직 국방장관과 국회의원 등 정관계의 막강한 실력자들이 린다 김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으면서 그의 뒤를 봐주었다는 의혹이 제기됐을 때도 ‘남녀 관계를 수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사건의 본질을 외면했다.

우리가 거듭 강조했듯이 린다 김 사건의 본질은 이번에 법원에 의해 확인된 그의 불법 로비가 군 전력증강사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느냐 하는 것이다. 대가가 오고간 불법 로비의 결과로 수천억원이 들어간 백두, 금강, 하피사업 등 군 현대화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지는 않았는지 국민은 의혹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이번에 법원은 린다 김과 군 실무자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구조적인 불법 로비의 중요한 단서로 파악했다. 그런데도 전직 국방장관이 스스로 인정한 린다 김과의 부적절한 관계는 스캔들에 불과한 것인지 검찰에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은 이제 더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그동안 언론이 제기한 갖가지 의혹만으로도 수사단서는 충분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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