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회 '남북특위'가 할 일

  • 입력 2000년 7월 7일 18시 53분


국회에 가칭 ‘남북관계특별위원회’를 두자는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제안을 민주당측이 받아들이기로 한 것은 대북(對北)정책의 성공을 위해 바람직한 일임에 틀림없다. 국회가 대북정책의 ‘공론의 장(場)’이 되고 국민의 동의기반을 마련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국회에는 상임위원회의 하나로 통일외교통상위원회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지금처럼 급변하는 남북관계에 충분히 대처하고 통일방안 등에 대해 보다 폭넓은 토론과 의견수렴을 하기 위해서는 특별위원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특위가 구성된다면 통일외교위뿐만 아니라 국방 재정 문화관광위 등 여러 상임위의 대북 관련 전문가들이 함께 남북관계 현안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특위가 수행해야 할 가장 중요한 임무는 아무래도 대북 정책에 대한 논의와 토론을 활성화 공론화시켜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수행을 견제하고 거르는 일일 것이다. 6·15남북공동선언 이후 우리 사회에 나타나고 있는 갖가지 주장과 가치관의 혼재 상태를 보면 이 같은 국회의 역할은 절실하다.

예를 들어 남북정상이 합의한 남북연합제 안과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에 대한 논의만 해도 그렇다. 남북연합제 안이 그동안 우리 정부가 공식적으로 주장해 온 통일방안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양측의 안이 접근해가는 과정과 통일 후의 모습 등에 대해서는 학자들 사이에도 의견이 분분하다. 남북한 군축이나 평화체제구축문제 역시 다양한 의견들이 표출되고 있는 상태다.

또 대북 경제협력 문제도 야당측은 ‘엄격한’ 상호주의 적용을 주장하고 있고 정부나 여당 측에서는 ‘탄력적인’ 상호주의를 강조하고 있다. 이 밖에 이산가족문제를 비롯한 남북교류의 문제도 곳곳에서 여러 아이디어가 쏟아져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관계자들은 무책임한 대북관련 발언을 여기저기서 터뜨려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어떻든 국민에게 부담이 돌아가는 사안이나 국가의 장래가 걸린 문제들은 철저한 논의와 검증과정을 거친 다음 그 정책 방향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정부 당국자들끼리만 정책을 결정하고 국회는 그 같은 정책을 사후 추인하는 정도의 소극적 기능만 한다면 그 정책의 투명성은 절대 보장되지 않는다. 본란이 거듭 주장한 바이지만 그런 정책은 국민적 지지와 동의를 결코 얻을 수 없다. 정부가 국회 특위의 역할과 기능을 존중하고 그 기구를 통해 나오는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남북관계특위의 효과적인 활동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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