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0년 7월 5일 19시 04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그런 ‘불출’들이 더욱 속이 쓰릴 일이 생겼다. 총재 부인이 낸 식사대나 총재의 손목시계 등 당연히 개인의 호주머니에서 나왔어야 할 돈들이 알고 보니 국가가 정당에 주는 국고보조금의 일부였다는 것이다. 국민의 세금을 가지고 정당의 당수나 그 가족들이 큰 선심이나 쓰듯 시계를 돌리고 밥을 샀다는 얘기다. 그도 모자라 어떤 정당은 총재 명의의 수재의연금과 물품 구입비 7000여만원도 국고보조금에서 떼어 냈다니 국민을 완전히 ‘봉’으로 보지 않고서야 이럴 수는 없는 일이다.
▷참여연대의 정치자금조사팀이 각 정당의 국고보조금 사용내용과 증빙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놀랄 일은 그뿐이 아니다. 지난해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 등 3개 정당이 지출한 국고보조금 265억여원 중 122억원은 세법상 인정되지 않는 간이영수증이나 입금표, 지출결의서 등만 첨부해 사용했다는 것이다. 기업이나 개인사업자가 이런 식으로 세금자료를 제출했다면 당장 특별세무조사를 받았을 게 뻔한 일이다. 민생을 위한 정책개발에 쓰라고 주는 돈을 흥청망청 쓰고도 증빙서류조차 엉터리로 내니 그런 정당에 표를 준 사람만 억울하게 됐다.
▷지난해 각 정당의 정치자금 조달내용을 보면 국고보조금이 38%로 가장 많았고 당원들이 낸 당비는 5.4%에 불과했다. 정당운영비가 당원들의 주머니에서 나오고 그 지출내용을 당원들이 감시했다면 총재 등 지도부가 ‘눈먼 돈’ 쓰듯 낭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치권의 ‘불출’은 그쪽 사정이지만 꼬박꼬박 세금을 내는 국민이 ‘불출’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정당의 국고보조금 사용내용은 투명하게 법대로 공개되어야 한다. 개인용도로 쓴 돈은 당연히 국가가 환수해야 한다.
민병욱<논설위원>mincho@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