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한국투신 펀드매니저 김기봉씨

  • 입력 2000년 7월 4일 18시 33분


요즘 주식을 굴리는 펀드매니저들은 한마디로 ‘죽을 맛’이다. 올들어 주식시장이 가라 앉으면서 펀드성적표도 덩달아 나빠졌기 때문.

상반기 침체장에서도 나름대로 지수선물을 잘 이용하고 절묘한 투자비법으로 결코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둔 펀드매니저가 있다. 한국투신 신탁6팀장을 맡고 있는 김기봉(金基俸.37)씨.

난해 한국투자신탁이 내놓은 파워코리아(PK)펀드 시리즈를 운용하는 그가 낸 수익은 올들어 마이너스지만 대부분 기준가격을 웃돌고 있다.

“보수적으로 대응한 것이 비결이었습니다” 김팀장은 원래 영업맨이었다. 대구 출신인 그는 경북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90년에 한국투자신탁에 입사했다. 펀드매니저가 되기 위해서였다. 압구정,목동,인천지점 등 영업점을 거쳤다. 통상 펀드매니저가 되려면 조사분석팀에서 애널리스트 훈련을 받아야 하지만 그는 이 과정을 거치지 못했다. 하지만 그에게 기회가 주어진 사건이 있었다. 회사에서 마련한 펀드매니저 양성과정에서 1년동안 훈련을 받으며 1등 티켓을 따냈다.

“운이 좋았습니다. 영업점 근무는 펀드매니저로 생활하는 동안 피와 살이 된 귀중한 기회였습니다” 고객재산을 대신 굴리는 펀드매니저로서 고객들이 바라는 바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는 것. 고객들의 불평전화가 와도 그는 묵묵히 들어주면서 설득하려 한다. 펀드매니저는 소중한 고객재산을 굴리는 사람이지 결코 목에 힘을 주면서 군림해서는 안된다는 게 그의 지론.

년부터 5년동안 주식운용부에 근무하면서 그는 실력을 맘껏 발휘했다. 9000억원을 주무르는 김팀장은 98년 4월부터 지난 3월까지 515개 스폿펀드 2457억원어치를 조기상환했다. 스폿펀드는 증시상황을 잘 이용해 단기에 고수익을 노리는 상품으로 회사가 요구하는 단기상품 발매에 큰 공을 기여한 것. 김팀장이 주시투자비중이 높은 펀드를 굴리면서도 약세장에서 꾸준한 수익을 내는 이유는 뭘까. 장이 오르면 급하게 선물로 헤지하는 게 비법이다.

“회사에서 사활을 걸고 팔았던 ‘골든칩펀드’를 6000억원어치 굴리면서 7개펀드를 목표수익률을 조기에 달성한게 가장 큰 보람이었다”는 게 그의 말. 김팀장의 투자방법은 톱다운(TOP-DOWN) 방식. 전체 시장흐름을 보고 지금 이슈가 되는 종목들을 고르고 업종대표주는 따라간다는 것이다.

“지수가 750선을 넘어서면서 장에 대한 시각도 공격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악재가 다 노출됐기 때문에 주식비중을 한껏 실어놓고 있습니다” 정부가 마련한 10조원펀드는 채권시장 안정에 이어 증가상승의 원동력이 된다는 것. 그에게 외부 스카웃 손길이 안 뻗칠리 없다. “얼마를 버는지 보다 어떤 일을 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월급은 네식구 부양하는데 결코 모자라지 않아 생활하는데 제약이 없고 한국투신은 펀드매니저로 일하기에 국내에서는 최적의 자리라고 봅니다”

드투자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 한마디. “목표수익률로 기본 30%를 요구합니다.그런데 투자위험은 지지 않으려고 하지요. 지나치게 고수익을 좇는 것보다 안전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상품을 고를 것을 부탁하고 싶습니다”

요즘 그의 간절한 바람이 하나 있다. 30년 묶은 회사부실을 모두 털어내고 펀드클린화를 선언했다. “공적자금이 들어와 모든 펀드가 깨끗해졌습니다. 한국투신을 믿고 시중에 떠도는 많은 돈이 들어왔으면 하는게 간절한 바람입니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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