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러시아 바둑처녀 스베틀라나 쉭시나

입력 2000-07-03 09:39수정 2009-09-22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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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김치 바둑의 매운 맛에 슬슬 익숙해지려나.’

‘스베타’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스베틀라나 쉭시나(20). 97년 2월 17세에 한국으로 바둑 유학을 온 러시아 처녀다.

유학오기 전 러시아에서 그녀의 기력은 아마 4단으로 통했다. 94∼96년 러시아 여성바둑대회에서 3연패를 했고 96년 유럽여성바둑대회에서도 우승했다. 여성으로서는 유럽 최강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한국에 유학와 짜디 짠 한국바둑을 접한 뒤 아마 4단으로 소개하기가 민망할 정도였다.

만 3년이 지난 지금은 어디서나 당당하게 아마 5단 행세를 할 수 있다.

요즘 그녀의 바둑은 한참 물이 올랐다. 한성김치배 여류아마바둑대회 4강에 올라 결승진출을 노리고 있다. 97년 대한생명배 세계여자아마대회에서 3위를 한 뒤 오랜만에 입상권에 든 것.

스베타는 “한국 여성바둑, 특히 10대 어린 선수들의 실력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 따라잡기가 힘들지만 이번 대회에는 운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아직은 한국말이 서툴다. 눈처럼 하얀 얼굴, 가냘픈 몸매처럼 성격이 내성적인 편. 남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해서일까. 말 배우는 속도가 늦다. 바둑도 이론적이고 포석 끝내기 등을 잘하는 반면 전투력이 좀 약하다는 평을 듣는다.

그래서 스베타는 올해 명지대 바둑학과에 특기생으로 진학했다. 대학 진학으로 바둑두는 시간이 줄어들기는 하겠지만 사회성을 쌓는 것도 장래에는 바둑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생각에서다. 한국어로 진행하는 교양 과목은 어렵기만 하지만 ‘바둑실습’이나 ‘영어회화’ 등의 과목은 누구 못지않게 즐겁다.

“바둑실습은 말이 필요없이 바둑만 두면 되고 영어는 러시아에 있을 때부터 잘했어요.”

그래도 어느정도 학급 동료들과 어울리면서 성격이 활발해졌다는 것이 같은 과 3학년 김종민씨의 말.

지금 러시아에 가면 그녀의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같이 한국에 유학온 남학생 샤샤(알렉산드르 디너슈타인·20)가 1등이고 제가 2등일거예요.”

그녀의 목표는 처음 올 때와 마찬가지로 한국에서 프로기사로 입단하는 것이다. 그녀는 올해 여류기사입단대회 본선진출의 마지막 관문인 2차 예선 결승에서 아깝게 1집반을 졌다.

“여성 아마기사 정상급 10여명과는 미세하지만 실력차이가 난다고 느껴요. 열심히 노력해서 극복해야죠.”

미모의 그녀는 바둑외에 아무것에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대학에 가는 날을 빼고는 매일 아침 10시부터 우후 9시까지 프로기사 김원(金原) 6단이 운영하는 바둑도장에서 종일 바둑과 씨름한다. 그동안 놀러가본 곳이 용인 에버랜드 등 손가락에 꼽을 정도.

“유럽 최초의 여성 프로기사가 되려면 이 정도는 감수해야죠. 우선 이번 여름에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유럽바둑선수권대회에서 참가해 우승할 거예요.”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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