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양준혁, '8연속 3할타자' 도전

  • 입력 2000년 6월 28일 18시 52분


“나는 역시 3할을 유지해야 사람대접 받는 것 아닙니까?”

‘괴물’이라는 별로 달갑지 않은 별명으로 불리는 사나이 양준혁(31·LG). 그가 19년 프로야구사상 초유의 8년 연속 3할타자에 도전하고 있다.

그는 프로무대에 등장할 때부터 주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데뷔 첫해인 93년. 양준혁은 타율 0.341로 수위타자를 차지하며 신인왕을 거머쥐었다. 신인이 ‘난다 긴다’ 하는 선배들을 제치고 수위타자를 차지하긴 프로야구에서 아직도 깨지지 않은 신화.

당시 1m88, 95㎏(현재 97㎏)의 당당한 체구에 23개의 홈런(2위)을 때려내며 수위타자에 오른 양준혁을 보고 야구계는 ‘괴물’이 등장했다고 들끓었고 결국 ‘괴물’은 그의 별명으로 굳어져 버렸다.

더구나 93년 신인왕을 놓고 다퉜던 경쟁자는 ‘바람의 아들’ 이종범(30·주니치드래건스). 양준혁의 활약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일명 ‘짝배기’로 불리는 왼손타자인 그는 7년연속 3할대의 타율을 기록하며 ‘타격의 달인’ 장효조가 기록한 7년연속 3할의 위업과 어깨를 나란히했다.

올 시즌 양준혁이 3할대를 유지한다면 프로야구 사상 ‘타격의 달인’은 양준혁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잘나가던 그에게도 시련은 왔다. 올시즌 직전까지도 프로야구계의 ‘뜨거운 감자’로 등장한 선수협의회 문제의 시발점은 바로 양준혁.

그는 겨우내 몸만들기에 투자할 시간에 선수협 문제에 매달려 있었다. 유니폼도 LG로 바꿔 입었다.

역시 ‘천재’도 노력 없이는 별볼일 없는 일. 10승투수 손혁과 맞트레이드된 지 꼭 한달만인 4월 24일 연봉 2억에 도장을 꾹 찍고 그날 첫 출장한 양준혁은 4타수 무안타의 치욕을 맛봤다.

4경기 타율 0.07.

그러나 역시 그는 ‘괴물’이었다. 시간이 지나가면서 타격감을 되찾아 27일 현재 0.275로 팀내 규정타석을 채운 선수 중 전체 수위타자 이병규와 김재현에 이어 3위를 달리며 곧 3할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뿐만이 아니다. 평소에 ‘영양가’없이 타율만 높다는 지적도 불식시키고 있다.

22일 승률 1위팀 현대전에서 4-5로 뒤지던 9회초 결승타를 때려내 역전승의 주인공이 된 것은 물론 15일에도 결승타를 터뜨려 영양가 만점의 활약을 보여줬다.

“야구하면서 이처럼 힘든 적이 없었다”는 양준혁이지만 “멀게만 보이던 3할이 보이니 더 열심히 해야지요”라며 욕심을 낸다. 역시 그는 ‘괴물’이다.

<전창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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