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 쟁점 총정리]공권력 남용여부-말바꾸기…

  • 입력 2000년 6월 27일 19시 22분


이틀간에 걸친 인사청문회에서 이한동(李漢東)국무총리서리는 여야 의원들로부터 말바꾸기, 공권력 남용, 재산 증식 문제 등에 대해 집중적인 질의를 받았다. 이틀간에 걸친 청문회 공방을 통한 검증내용을 쟁점별로 점검해 본다.

▽공직시절 공권력 사용〓이총리서리의 공권력 남용시비는 내무부장관 재임 당시 89년 풍산금속 안강공장 불법파업을 진압한 것과 73년 ‘검은 10월단’사건 수사검사로서 경찰의 고문행위를 묵인했는지의 여부에 모아졌다.

안강공장에 압수수색영장 없이 대규모 진압경찰력을 투입한 데 대해 이총리서리는 “최종 판단 과정에서 정책결정만 했다”고 해명했다. 또 ‘검은 10월단’ 사건 당시 피의자가 검찰송치 이후 시경대공분실에 끌려가 협박을 당한 데 대해서는 “28년 전의 일이라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고 즉답을 피했다.

풍산금속 안강공장 공권력 투입문제는 내무장관으로서 구체적 사실을 몰랐을 수도 있다는 점을 특위위원들도 일부 인정하는 분위기. 하지만 ‘검은 10월단’사건의 경우는 논란의 소지도 남겼다. 이날 참고인으로 출석한 참고인 박원복씨는 “검찰에 송치된 뒤 시경대공분실에서의 고문사실을 검사에게 알렸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재산증식〓이총리서리의 재산증식과 관련한 논란은 74년 포천 일대의 땅 3만평을 구입한 것이 부동산투기를 목적한 것이었는지가 초점.

야당 의원들은 당시 이총리서리 부인이 등기이전을 위해 주민등록을 이전한 점과 또 200만원을 주고 샀던 토지가 지금은 수억원을 호가한다는 점을 들어 투기의혹을 주장했다.

이총리서리는 “노후대비용으로 황무지에 가까운 땅을 샀던 것”이라며 “투기마음이 있었다면 강남이나 경기 남부 땅을 샀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집요한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야당의원들은 이총리서리의 포천 땅 구입이 ‘투기목적’이라는 점을 입증하는 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심재철(沈在哲)의원은 이총리서리 부인의 주민등록이전과 농지취득이 법규정에 어긋난다는 등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어느 정도 입증하는 성과를 거뒀다.

▽말바꾸기〓이총리서리는 말바꾸기 전력에 대해서는 수세였다. 그는 먼저 한나라당 대표 시절 김종필(金鍾泌)총리서리 체제를 위헌이라고 비난했으면서도 정작 총리서리직을 받아들인 데 대해 “총리서리제는 우리 헌정사에서 합헌을 전제로 한 관행”이라는 논리를 끌어댔다.

민주당과의 공조파기 선언을 총선 뒤 뒤집은 데 대해서는 “정치인은 당의 직책에 따라 소신과 다른 얘기도 해야 한다. 그때그때 정치적 풍향과 조류를 거부할 수 없다”고 ‘상황론’를 폈다.

또 5공시절 민주화투쟁을 ‘시대에 역행하는 정치관행’으로 표현했던 사실에 대해서는 “당에서 작성된 연설문을 그대로 읽은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이 밖에 햇볕정책 호남편중인사 등과 관련한 입장변화에 대해서도 둘러대는 답변으로 일관하자 한나라당 의원들은 “도대체 정치가로서 최소한의 소신도 없느냐”고 일제히 비난했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野 "농담조로 말씀마세요" 답변태도 문제삼아▼

27일 속개된 이한동(李漢東)국무총리서리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첫날과는 달리 한나라당 의원들이 이총리서리의 ‘아픈 곳’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한나라당 안상수(安商守)의원은 회의시작과 함께 의사진행발언을 신청, “후보자가 너무 책임회피성 답변을 한다는 지적이 많고, 답변 도중에 너털웃음을 짓는가 하면 농담조로 답변했다”고 이총리서리의 답변태도를 질타.

질의에서 이성헌(李性憲)의원은 “과거의 지탄받을 만한 행동에 대해 모조리 당론이라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몰아붙였고 안상수의원은 “종속적인 지위여서 어쩔 수 없었다는 답변은 기회주의자의 자기합리화”라고 힐난.

이총리서리는 “이성헌의원의 검사 논고와 같은 질문 잘 들었다”, “안의원도 나중에 총무 총장이 되면 제 말을 이해할 것이다”고 맞받았으나 얼굴에선 웃음기가 사라졌다.

○…재산증식과 관련해 증인으로 출석한 이총리서리의 친구 윤찬모 김경태씨는 “투기가 전혀 아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공권력 남용여부와 관련해 참고인 등으로 출석한 전 풍산금속 안강지부장 정종길씨나 ‘검은 10월단’사건에 연루됐던 박원복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공권력의 부당성을 강조.정씨는 “나라의 안정을 위해 공권력을 투입했다는 이총리서리의 발언은 당시 5, 6공 군부가 자주 쓰던 말”이라고 반박.

○…증인 및 참고인 신문이 끝나고 이총리서리는 각 의원들로부터 돌아가며 한마디씩 충언을 들은 뒤 청문회 마지막 소감을 피력.

그는 “가장 뼈아픈 지적은 ‘말 바꾸기’ 문제였다”며 ‘다음 항구로 가야하는 외로운 돛단배는 풍향을 따라 갈 수밖에 없다’는 윈스턴 처칠 전영국총리의 발언을 인용, “나의 마지막 항구는 국리민복”이라는 말로 발언을 마무리.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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