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분당 금곡동/집앞 변전소 건립에 주민들 ‘부르르’

  • 입력 2000년 6월 26일 19시 34분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수 있는지 너무나 속상하고 분통이 터집니다.”

강동석(姜東錫·35·경기 성남시 분당구 금곡동 청솔마을 유천 화인아파트)씨는 5월 중순 집 앞 공터에 ‘변전소’가 들어온다는 말을 듣고는 ‘그냥 뜬소문이겠지’ 했다. 혐오시설을 아파트 코앞에 짓지는 않을 거란 생각에서였다.

더구나 분당은 조성될 때부터 입주 인구와 이에 따른 각종 기반시설이 들어선 ‘계획도시’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이달초 성남시를 방문해 확인한 결과 우려가 사실로 드러난 것. 상상도 못했던 일이 주민들도 모르게 깜쪽같이 진행돼왔다는 사실을 알고는 더욱 분통이 터졌다.

한국전력공사가 아파트 단지에 고압선이 지나는 변전소를 건립키로 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주민들이 변전소 건립저지를 위한 서명작업을 벌이는 등 집단반발하고 나섰다.

문제의 부지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금곡동 한전의 자회사인 한전기공 앞 800평 공터. 현재 주차장으로 쓰이는 이 땅은 아파트 단지와는 불과 20m 거리. 이 곳에 지하3층 지상3층 연면적 2700평 규모로 한전기공 별관이 세워지며 이 중 지하1층과 지상2층에 옥내변전소가 들어선다. 이를 위해 판교IC에서 이 부지까지 3.7km구간에 154㎸ 초고압선 지중 매설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금곡변전소는 올해 말 착공해 2002년 10월 완공된다. 2003년부터 전력 108㎽(3만6000가구분)를 공급할 예정.

변전소 부지와 맞붙은 청솔마을 3개단지 주민들만 2550가구 8100명, 좀 더 넓게 보면 이해관계자는 청솔마을 10개단지 1만4280명이다. 주민들은 인체 유해논란이 끊이지 않는 전자파에 대한 노출 문제와 집값 하락 때문에 변전소 건립을 극력 반대하고 있다.

청솔 3개단지 입주자대표 등 주민 200여명은 20일 단지 내 종합복지관에서 모여 대책회의를 갖고 ‘-청솔마을 변전소 저지 대책위원회’를 만들고 강씨를 위원장으로 선출한 뒤 변전소 건립반대 주민서명 운동에 들어갔다.

주민들은 한전이 분당 신도시를 조성할 때 전력수요를 잘못 예상, 전력난을 초래해놓고 이제와서 아파트 옆에 혐오시설인 변전소를 건립하려 한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전 남서울 전력관리처 최영재(崔榮載) 변전건설과장은 “에어컨과 전자제품이 급증하면서 가구 당 전력수요가 크게 증가한데다 입주 인구도 당초보다 크게 증가해 추가로 증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변압기 고장과 교체 등 유사시에 대비해 실제 사용부하가 전력 공급능력의 75%를 넘어서면 위험한데 분당은 2001년 76%에 이른다는 것. 전자파는 5m의 이격거리만 있으면 인체에 영향이 없다고 주장한다.

분당도시설계 지침상 업무용지로 변전소 건립에 건축법 상 하자는 없지만 주민들이 집단반발하고 있어 한전 측에 경부고속도로 바깥 쪽인 금곡동 쓰레기매립장 인근으로 변전소 부지를 이전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한전 측은 공사비와 기술적인 어려움을 들어 이전불가론을 내세우고 있어 이번 사태의 해결책은 좀처럼 찾기 힘들 전망이다.

<성남〓남경현기자>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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