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의약분업 제대로 되려면

  • 입력 2000년 6월 26일 19시 34분


의약분업이 당초 예정대로 7월1일부터 시행된다고 하지만 과연 제대로 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여야(與野) 영수의 7월 임시국회 중 약사법 개정 합의에 따라 병원 문이 열리고 분업불참을 선언하며 반발하던 약사측도 일단 분업에 참여키로 해 한숨은 돌렸다지만 이는 문제의 해결이 아닌 봉합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대한의사협회의 폐업철회 찬반투표 내용을 보면 51.9% 찬성에 47.5% 반대로 의약분업에 대한 의사들의 불만이 여전히 짙게 깔려 있음을 알 수 있다. 의사측은 의사의 진료권과 관련된 임의조제 대체조제 문제는 약사측과 협의할 대상이 아니라고 못박고 있다. 반면 약사측은 약사법 개정에서 기존의 의약분업 원칙과 정신이 조금이라도 훼손된다면 분업반대와 불복종운동에 나서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시민단체는 정부가 결국 의사들의 집단이기에 굴복한 것이 아니냐며 비난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7월 중 약사법 개정이 원만하게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는 또다시 이해조정에 실패해 국민만 피해를 보는 일은 없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나흘 후부터 시행되는 의약분업의 실제 상황이다. 의약간 불신과 갈등이 전혀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그동안 의사측의 불만과 비협조로 분업준비가 대단히 미비한 상태다. 약국에 준비된 약은 턱없이 부족하고 배송체계도 엉성하다는 보도다. 환자가 의사의 처방전을 들고 이 약국, 저 약국을 찾아다녀야 하는 일이 여기저기서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의약계는 기왕 의약분업에 참여하기로 했으면 국민불편을 최소화하는 데 최대한 협력해야 한다. 의료체계 의료보험 개혁 등 본질적인 문제 및 서로의 이해관계는 법 개정 과정에서 철저히 따지고 조정하더라도 일단 분업에 참여한 이상 이제는 한 배에 탄 공동운명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의약분업에 따라 국민부담은 당장 1조5000여억원이나 늘어나게 됐다. 물론 국민 건강을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의약계는 국민의 부담이 커진 만큼 불편이나마 덜게 한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정부는 분업준비 부족에 따라 일정기간 분업을 어겨도 처벌하지 않는 ‘의약분업 계도기간’을 검토한다고 한다. 그러나 가능한 한 짧은 기간 내에 국민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분업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의약분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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