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금융시장 잇단 대형변수…숨죽인 증시

  • 입력 2000년 6월 25일 18시 37분


금융시장이 숨을 죽이고 있다.

투신권의 생존과 증시의 회생, 기업자금난의 해소여부를 가름할 중대 변수들이 이번주에 결정되기 때문이다. 투신 종금업계의 신탁자산 부실내용 공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결정, 은행의 잠재부실 공개 및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 확충 등 대형 ‘재료’들이 31일까지 몰려 있다.

주초 전망은 낙관으로 기울고 있다. ‘모든 악재가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는 기대가 강하다. UBS워버그 등 외국증권사들 중엔 “그동안 자금이 많이 풀려 3·4분기(7∼9월)엔 대세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바람잡이를 자처한 곳도 나타났다. 특히 메릴린치는 최근 한국보고서를 통해 “향후 2, 3주가 한국 금융시장의 명운을 좌우할 중대시기”라며 “그러나 여러 상황을 종합해볼 때 한국시장은 낙관적”이라고 밝혔다.

▽숨죽인 증시〓금융시장 곳곳에 널린 ‘지뢰의 뇌관’(부실내용)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작업이 31일까지 계속된다. 금주중 투신종금사들의 신탁자산 부실내용이 공개되고 이어 은행 신탁계정도 부실을 드러낸다.

중견기업들의 돈가뭄을 해갈하기 위해 조성되는 10조원 규모의 채권투자펀드도 다음 달 초부터 시장에 첫선을 보인다. 7월1일엔 투신권의 추가부실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채권시가평가제가 시행된다. 일련의 조치로 투신권에 대한 투자가들의 신뢰를 끌어올리고 자금난에 몰린 기업들을 살려내는가가 주가회복의 관건. 총선 이후 채권시가평가제 실시에 앞서 정지작업을 벌여온 금융당국은 “한국경제의 판이 깨지느냐, 마느냐가 금주중 결정된다”며 긴장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투신권에 달렸다〓밀려드는 고객 환매요청에 보유 주식물량을 처분하느라 ‘최대의 반등장’을 허송한 투신권은 지난 주부터 순매수로의 전환을 조심스럽게 모색하고 있다. 강신우(姜信祐)템플턴투신운용 상무는 “투신권은 줄기찬 순매도로 급매물을 상당부분 해소하고 2조∼3조원의 실탄을 확보했기 때문에 여차하면 추세 반전의 주역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대우증권 신성호(申性浩)투자전략부장은 “투신이 의욕적으로 주가를 올리더라도 주가상승이 환매 요구를 늘리기 때문에 운용기간을 길게 가져갈 수 없는 것이 문제”라며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동원경제연구소 정동희(鄭東熙)선임연구원도 “투신이 이들 주식가격을 끌어올리려 해도 외국인들이 이익실현을 위해 대량 매도하면 허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세상승은 이르다〓KTB자산운용 장인환(張寅煥)사장은 “투신권이 순매수를 견지하고 부동자금이 일시에 증시로 쇄도해 유동성 장세가 조성된다면 800선은 무난히 돌파할 수 있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라면 750선도 위태로울 것이다”고 말했다.

LG투자증권 황창중(黃昌重)투자전략팀장은 “대세상승 여부는 미국 경제 연착륙 여부와 국내 경기의 하강속도에 달려 있다”면서 “국내경기가 단순조정을 겪는 것인지, 경기 자체가 냉각되는 것인지는 9∼10월 가봐야 알 수 있다”고 유보적 입장.

<이철용기자>lc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