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이슈분석]종금사 자금지원 난항.. 은행 반발

  • 입력 2000년 6월 22일 16시 22분


유동성위기를 겪고 있는 종금사에 대한 자금지원 방안이 난항을 겪고 있다.

서울은행을 비롯한 은행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8개 종금사와 8개 은행을 짝짓기해 은행으로 하여금 종금사에 2조원의 자금을 지원토록 했다.

폐쇄종금사의 처리를 맡은 가교종금사인 한아름종금이 은행들에게 갚아야 할 4조8천억원(은행의 폐쇄종금사 자발어음매입분) 중 1조원을 은행들에게 지급하고 여기에 은행들이 자기자금을 은행별로 1천-2천억원씩 보태 2조원을 지원토록 한 것이다.

서울은행-중앙종금, 조흥은행-한스종금(舊아세아종금), 신한은행-한불종금, 주택은행-울산현대종금, 한미은행-리젠트종금, 국민은행-금호종금, 외환은행-동양종금, 하나은행-한국종금으로 짝이 지워졌다.

대부분의 은행들이 내키지 않아 하고 있는 가운데 가장 강하게 반발하는 은행은 서울은행. 이 은행은 금융감독원의 계속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자금지원 거부의사를 꺾지 않고 있다.

서울은행이 자금지원을 거부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이번에 중앙종금에 자금을 지원하면 깊숙히 물릴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정부가 내달 20일까지 종금사의 자산을 실사해 부실종금사는 예금보험공사가 인수토록 한다고 발표는 했지만 서울은행은 이런 발표를 믿고 돈을 내줄수는 없다고 버티고 있다. 서울은행은 금감원쪽에 이런 발표를 확약하는 공문을 보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대해 금감원은 공문을 보낼 성질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서울은행은 또 대규모의 공적자금 투입에도 불구하고 해외매각이 실패한 부실은행으로서 도이치은행으로부터 위탁경영을 받고 있는 처지에 종금사 중에서도 가장 상황이 좋지 않은 중앙종금의 지원을 맡으라고 한 정부의 조처는 '말도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은행과 종금사의 짝짓기를 통한 종금사 자금지원은 무리수라는게 금융계의 시각이다.

짝짓기한 은행이 종금사에 자금을 지원해 종금사가 고객의 예금을 지급하도록 한 것인데 고객 중 상당수는 금융기관이란 점을 감안할 때 짝짓기 은행은 금융기관이 종금사에 맡긴 예금을 대신 지급하는 꼴이 된다는 얘기다. 이는 형평의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는게 은행들의 주장.

더욱이 은행들은 종금사 일시적 유동성 위기에 빠진 것이 아니라 사양업종으로서 중장적으로 살아남기 어렵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이번 지원으로 유동성위기에서 일단 벗어난다고 하더라도 언제 또다시 유동성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내년부터 예금보호대상이 2천마원 이하로 축소되면 종금사에서 자발어음음을 매입한 고객들은 대부분 금년말까지 상환을 요구할 것이고 이런 상환압박을 견뎌낼 종금사는 많지 않다는 관측이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종금사 문제를 은행에 떠넘길게 아니라 부실종금사는 과감히 정리하는게 비용을 줄이는 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정부가 종금사 문제를 미봉책으로 덮고 넘어갈게 아니라 부실은행을 정리했던 것 처럼 부실종금사를 자산부채이전(P&A) 방식으로 정리하는 것이 기업과 금융기관, 시장을 살리는 정공법"이라고 말했다.

이럴 경우 공적자금을 추가로 조성하는 게 불가피하고 정부보증 예금보험공사채가 추가로 발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금융계는 보고 있다.

민병복 <동아닷컴 기자> bb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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