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따라잡기]미국증시가 표류하는 세가지 이유

  • 입력 2000년 6월 19일 14시 00분


"세계증시의 바로미터 미국증시가 헷갈린다"

미국경제의 과열을 식히는 각종 경제지표가 잇따라 발표됨에도 불구하고 미국증시가 갈팡질팡하고 있어 투자자들을 당혹케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상 우려가 약해지면 미국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무색케 하며, 하루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주말 다우지수는 265.52포인트(2.48%)나 폭락, 10,449.30으로 미끄러졌다 두달만의 최대 낙폭이다.

기술주에 대한 매수세가 아직 살아있지만 나스닥지수 역시 하루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조약상을 보이기는 마찬가지.

인플레 우려가 해소되고, 이에따라 금리인상 압력이 현저히 감소함에도 불구하고 미국증시가 불안한 양상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대체적으로 3가지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첫번째가 FRB의 금리인상 효과로 인해 경기둔화가 기업 이익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감이 고개를 들고 있는 점이다. 금리인상의 후유증인 셈이다.

두번째로는 기업들의 2/4분기 영업실적 예고기간이 돌아옴에 따라 투자자들이 공격적인 매수를 자제하고,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세번째로는 유로 및 엔화에 대한 달러화의 약세가 아직은 적은 규모이지만 해외자본의 이탈을 야기하는 등 외국 투자자들에게 매도압력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미국증시의 혼조양상을 초래하고 있는 △금리인상 후유증 △기업실적 발표 △달러화 약세기조 등 세가지 원인 가운데 전문가들은 달러화 약세에 가장 신경쓰는 눈치다.

물론 금리인상 우려는 많이 가셨다.대부분 증시 전문가들은 FRB

가 이번달 회의에서 금리를 올리지 않을뿐더러,8월 정책회의에서 금리를 올려도 인상폭이 0.25%포인트에 그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그러나 추가 금리인상의 전망이 낮아짐에 따라 달러화가 유로 엔 등 주요 통화에 비해 가치가 급격히 낮아지는 것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달러화의 약세는 수입물가 상승으로 직결돼 인플레를 야기할 수 있고, 특히 외국계 자본의 시장이탈을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기 때문이다.

미국증시에 움직이는 외국계 자본은 대략1조4,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메릴린친증권 관계자는 "미국경제의 펀더멘털이 워낙 건강하기 때문에 당장 큰 변화는 없겠지만, 달러약세는 미국주식의 매력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최근 미국 경제계에서는 다시 '경기 경착륙(soft landing)'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와 관련, 모건스탠리의 스테판 로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다음과 같은 원인으로 미국경제의 경착륙 확률이 연착률 확률보다 높다고 설명했다.

우선 미국경제는 역사적으로 한번도 팽창 이후 연착륙에 성공한 적이 없다는 점을 로치는 들었다.

연착륙을 위해서는 현재보다 낮은 경제 성장률이 필요하지만, 이는 기업 수익성을 감소시키고,경기팽창의 갑작스런 정체는 경착륙의 위험성을 높인다는 것이 둘째 이유.

그는 이같은 점을 강조하며, 9조달러에 달하는 미국경제를 미세조정하여, 연착륙에 이르게 하는 것을 '한밤중에 거친 바다에서 우주선을 항공모함에 착륙시키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방형국<동아닷컴 기자>bigjo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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