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첨단상품들]토크어시스트 프로그램

  • 입력 2000년 6월 18일 18시 51분


존 레이는 97년 12월 전화 통화를 하다가 갑자기 쓰러졌다. 그의 뇌간 부분에서 뇌졸중 발작이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뇌간은 뇌와 척추 사이의 중요한 통로로서 이 길을 통해 뇌의 신호가 근육에 전달된다. 발작이 있은 후 레이의 인지 능력은 별로 손상되지 않았지만, 그의 뇌가 내리는 명령이 몸의 다른 부분에 전달되는 길은 완전히 막혀 버리고 말았다.

즉 그의 정신은 멀쩡했지만 그는 말을 할 수도, 손을 움직일 수도, 심지어는 스스로 호흡을 할 수도 없는 상태가 되어 버렸던 것이다.

98년 3월 레이는 수술을 받았다. 뇌와 컴퓨터의 인터페이스를 만들기 위해 뇌에 직접 전극을 이식하는 수술이었다. 12시간에 걸친 수술에서 에모리대의 신경외과의사인 로이 배케이 박사는 원추형의 유리통 두 개에 들어 있는 전극들을 레이의 뇌 중에서도 왼손의 움직임을 통제하는 부분에 삽입했다.

의료진은 일단 유리통을 심고 나면 뇌세포 중 뇌의 전기 신호를 전달하는 부분인 축삭이 이 유리통을 통과해서 자라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전기 신호가 축삭을 통과할 때 그 신호를 가로채서 전극을 통해 레이의 베개에 설치된 수신기로 전달하고, 수신기에서 뇌의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 명령으로 바꿔 컴퓨터와 연결한다는 계획이었다.

레이가 맨 먼저 시도한 것은 토크어시스트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도와주세요” “아파요” 같은 말들을 나타내는 10여개의 아이콘들로 구성돼 있다.

레이는 스크린을 보면서 자신의 손이 움직인다고 상상했다. 그리고 그가 상상한 손의 움직임에 따라 뇌의 전기 신호가 컴퓨터에 전달되어 커서가 그가 원하는 아이콘에 가 닿게 되면 음성합성기에서 그 아이콘에 해당하는 말이 흘러나왔다. 이렇게 해서 레이는 엉성하게나마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얻게 되었다.

레이는 이제 움직이는 손을 상상하는 대신 그냥 커서를 움직이겠다는 생각만으로 정말로 커서를 움직일 수 있게 됐다. 커서가 그의 몸의 일부로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의사들은 뇌에 이식한 전극과 근육에 대한 자극을 연결시킬 수 있다면, 컴퓨터가 뇌간의 대용품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배케이박사는 “사람들은 기계가 결국 인간을 점령해 버리는 것이 아니냐고 걱정하지만 사실은 그와 정반대”라고 말했다.

(http://www.nytimes.com/library/magazine/home/20000611mag-mind.html)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