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US오픈]타이거 우즈 1R 단독 선두 포효

  • 입력 2000년 6월 16일 18시 50분


자욱한 안개 속에서 '승리의 냄새'를 맡았을까.

굶주린 호랑이의 포효가 악천후를 뚫고 우렁차게 울려퍼졌다.

97년 마스터스 챔피언, 99년 PGA챔피언십 우승. 4대 메이저 대회에서 2승을 챙긴 타이거 우즈(25·미국). 브리티시오픈을 제외한 미국에서 열리는 3개 그랜드슬램 무대 가운데 유독 US오픈과는 인연이 없었다. 95년부터 도전장을 던졌지만 지난해 거둔 공동 3위가 최고였다.

명색이 세계 최고의 골퍼인데 정작 내셔널 타이틀 하나도 건지지 못해 자존심이 상했던 게 사실. 그러나 무관의 세월은 뜻깊은 100번째 우승컵의 주인공이 되기 위한 인고의 시간이었던 것 같다.

16일 캘리포니아주 페블비치 골프링크스(파71·6846야드)에서 열린 제100회 US오픈(총상금 450만달러) 1라운드. 이 대회를 위해 모든 일정을 맞췄던 우즈는 보기 없이 버디만 6개 낚으며 6언더파 65타로 단독선두에 나섰다. 2위 미구엘 앙헬 히메네스(스페인)와는 1타차. 65타는 같은 장소에서 벌어진 역대 4차례 US오픈의 최저타 기록이다. 종전은 길 모건이 92년 세운 66타였다.

짙은 안개로 거리와 방향을 제대로 가늠할 수 없었던 이날 우즈는 79%(11/14)의 페어웨이안착률을 보였고 그린적중률도 67%(12/18)로 높았다.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는 297.5야드. 평균 퍼팅수 1.33개를 마크한 그는 11개홀에서 1퍼트로 깔끔하게 홀아웃했다.

괴팍스런 날씨가 괴롭혔지만 페블비치 골프링크스는 그의 고향이나 다름없다. 캘리포니아에서 쭉 성장해 13세 때 처음 그 골프장을 접했으며 주니어와 스탠퍼드대학 시절 수없이 찾았던 것. 올해에도 2월 같은 장소에서 펼쳐진 AT&T 프로암대회에서 역전 우승했다.

해마다 늦봄부터 초여름까지 캘리포니아 해안을 휘감는 안개가 필드를 뒤덮은 이날 우즈는 마치 친숙한 친구라도 만난 듯 안정된 아이언샷과 퍼팅으로 위기를 헤쳐나갔다.

한번 잡은 선두자리는 좀처럼 빼앗기지 않는 우즈는 최저타를 친 것은 내게 별 의미가 없다. 나흘 내내 같은 페이스를 유지하는데 전념할 뿐이다 라며 야심을 감추지 않았다.

한편 100야드 거리도 식별할 수 없을 정도로 안개가 심해지면서 156명 출전선수 가운데 절반 가량이 라운드를 중단, 다음날 잔여경기를 치르게 됐다.

〈김종석기자·페블비치외신종합〉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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