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존/톰 크루즈 특집]누구도 미워할 수 없는 특별한 배우

  • 입력 2000년 6월 12일 11시 14분


톰 크루즈는 특별한 배우다. 10대들 사이에서 우상이 되었던 고만고만한 청춘 스타들 중 그만이 지금껏 살아 남았다.

이것은 단순한 생존이 아니다. 그는 전세계 박스오피스를 쥐고 흔드는 대형 스타가 되었으며, 누구도 그의 성공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잘생겼지만 인상적이지는 않은 외모와 작은 체구, 특별한 걸작이 없는 연기 경력. 그런 그가 어떻게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을까? 영화 속의 캐릭터와 현실의 모습이 보기 드물게 일치하는 톰 크루즈를 그가 출연한 영화들을 통해 되돌아 보았다.

▼야망의 함정▼

누구보다도 뛰어난 재능을 가졌다고 해서 반드시 정상에 오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문의 배경은 젊은이들의 미래를 속박하며 때로 부도덕한 뒷거래가 운명을 결정한다. 미국의 상류 사회라는 곳은 그처럼 부패한 공간이다.

영혼을 잠식하는 탐욕. 그러나 그 독기 서린 늪에 기꺼이 뛰어 드는 <야망의 함정>의 미치(톰 크루즈)처럼, 상류 사회에 진입하고 싶은 욕망은 누구도 떨쳐 버릴 수 없는 것이다. 톰 크루즈는 그런 의미에서 특별한 스타, 신화로 군림했던 옛 헐리우드 황금기의 스타들을 떠올리게 하는 배우다. 그는 소망하는 모든 것을 가지고야 만다.

톰 크루즈는 성공을 꿈꾸는 미국인들의 환상에서 단 한 번도 벗어나 본 적이 없는 배우다. 아름다운 브래드 피트가 난폭한 연쇄살인자의 모습으로 관객의 기대를 배반할 때(<칼리포니아>), 가녀린 키아누 리브스가 떠도는 유목민의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할 때, 톰 크루즈는 충실하게 야망을 실현시켜 왔다.

그는 월 스트리트에 서지 못하는 대신 바텐더가 되어서라도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는 사람이다(<칵테일>). <컬러 오브 머니>에서는 내기 당구를 하면서 삶의 긴장을 쾌락으로 즐기며, 서부 개척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파 앤드 어웨이>에서 조차 자신의 능력만으로 꿈을 이루어 낸다. 자폐증에 걸린 형의 유산을 가로 채려는 <레인맨> 역시 빈 손으로 일어서야 하는 젊은이의 어느 한 단면을 보여 주는 영화다.

신기한 것은 출세만을 바라보는 톰 크루즈가 결코 악(惡)에 물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엄격하게 자신을 통제하고 채찍질하는 톰 크루즈는 항상 건실한 젊은이다. 그런 그의 모습은 톰 크루즈를 선망하는 미국 젊은이들의 욕심을 정당한 것으로 만들어 준다. 노력으로 얻은 것은 부당할 리 없다는 미국적인 가치. 성공과 인간미를 동시에 소유한 톰 크루즈는 선량한 남자, '어 퓨 굿 맨'이다.

▼어 퓨 굿 맨▼

톰 크루즈는 악마의 권력에 탐닉하다 자살로 악순환을 마감하는 <데블스 에드버킷>의 케빈(키아누 리브스)과 다르다.

그는 끝 모를 야심에 휘둘리지 않는다. 영리하게 형을 이용했다고 생각하지만 영화의 끝에 이르러서는 눈물과 함께 소중한 가족애를 회복하는 <레인맨>에서 그랬듯, 톰 크루즈가 얻는 것은 단순한 성공이 아니다.

영화 속에서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는 그는 영화가 끝날 때 무언가 하나의 가치를 더한다. 정의와 신념 혹은 안전한 경계 내에 머무는 진보적인 정치관. 미국의 중심적인 가치를 확인시켜 주는 톰 크루즈는 항상 선한 사람이다.

단정한 외모와 강직한 신념으로 무장한 <어 퓨 굿 맨>의 군 법무관 캐피(톰 크루즈)는 우익이 점령하고 있는 미 군부를 공격한다. 그렇다고 그가 반역을 시도하는 것은 아니다. 그가 옹호하는 것은 군대 안에서도 존중 받아야 마땅한 개인의 자유와 권리다. <야망의 함정>에서는 상류사회의 음모를 파헤치고 <7월 4일 생>에서는 반전 사상을 외치는 상이군인이 된다.

이 영화들에서도 그가 넘어서는 안 될 선을 지키는 것은 물론이다. 안전한 야심가 톰 크루즈. 인간미의 회복을 강조하면서 성공과 가족을 동시에 얻는 <제리 맥과이어>처럼 톰 크루즈는 개인적인 야망을 공동체의 미래와 조화시킨다.

이것은 그가 한 번도 진정한 가정을 이루어본 적이 없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영화 속에서 톰 크루즈는 자신이 가져본 적 없는 가정을 회복하고 건전한 사랑을 얻는다. 미국의 그늘에서 커 온 톰 크루즈는 중심에 파고들 수 있기를 간절하게 소망한다. 그 소망의 이면에는 <아웃사이더>로 보내야 했던 과거가 잠자고 있다.

▼아웃사이더▼

톰 크루즈는 아버지가 집을 나가 다시 돌아오지 않았던 새벽을 선명하게 기억한다. 그 날, 어머니는 울다가 웃기를 반복하고 있었고 하루 아침에 집안의 유일한 남자가 된 소년은 너무 긴장한 나머지 한 마디 말도 할 수 없었다.

열 군데가 넘는 학교를 떠돌았고 아버지로부터 심한 모욕을 받던 소년. 그 때부터 어머니와 누이들을 지키기 위한, 그리고 스스로 살아 남기 위한 그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톰 크루즈는 세상의 후미진 곳에 더 익숙한 <아웃사이더>의 소년들 중 하나였다.

어머니를 괴롭히는 상사에게 대들고 누나를 속이는 남자 친구를 협박하던 톰 크루즈는 아주 이른 나이부터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를 깨우쳐야만 했다. 사람들을 움직이는 것은 동정심이 아니라 이기심이었다.

버림 받았다는 자괴감과 가난에 지쳐 버리면 살아갈 수가 없었다. 그는 자학하는 대신 언제든 터져 나올 수 있는 분노를 품고 살았다. 그것이 톰 크루즈가 어른으로 커 나간 방식이었다. 그러면서도 그가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은 존재한다고 믿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이보다 더 훌륭한 증거가 있을까. 게다가 그는 그 꿈을 현실에서 가능한 최고의 형태로 실현시켰다. 이제 그의 과거는 현재에 빛을 더해 준다. 그가 지난 일을 과시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상처란 그리 쉽게 덮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레인맨>의 이기적인 동생 찰리는 아버지로부터 사랑받지 못했기 때문에 연민을 느끼게 하는 인물이다.

<매그놀리아>의 성공한 섹스 전도사 프랭크도 떨쳐 버리지 못한 기억을 맹렬한 연설로 분출하며 살아 간다. 이처럼 톰 크루즈는 성공 이전에 존재했던 좌절을 아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그는 행복해져야 한다. 너무 불행했기 때문에, 그의 성공은 질시를 불러 일으키지 않는다. 톰 크루즈는 아름다운 아내 니콜 키드먼, 입양한 두 아이와 함께 과거를 보상 받아야 한다. 2천만 달러의 출연료는 당연한 것이다.

이처럼 톰 크루즈는 미래만 보며 달리는 투사인 동시에 사랑 받아 마땅한 가엾은 소년이다. 그 사이에서 그는 완벽한 스타로 태어났다. 성공을 쟁취한 그가 천만 와트의 밝기로 빛나는 웃음을 터뜨릴 때, 누구도 그를 미워할 수 없을 것이다.

[김현정(parady@film2.co.kr) 기자]

기사 제공: FILM2.0 www.film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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