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Magazine]골프 즐기는 나라 "전쟁 싫다"

  • 입력 2000년 6월 11일 19시 45분


민족국가의 등장 이후 수많은 학자와 정치가가 전쟁의 원인에 대해 여러 가지 학설을 제시해왔다. 그러나 전쟁의 원인을 결정적으로 밝혀내지 못하는 무미건조한 학설들보다 훨씬 더 설득력 있는 것이 있다. 골프가 바로 그것이다.

골프가 인기를 끄는 나라들은 결코 서로 전쟁을 하지 않으며, 골프를 좋아하지 않는 나라들과도 별로 싸움을 벌이지 않는다. 반면 골프를 좋아하지 않는 나라들은 놀라울 정도로 호전적이다. 골프를 치는 아프가니스탄인을 본 적이 있는가? PGA투어에 세르비아인 선수가 한 명이라도 있는가?

나는 골프를 좋아하는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를 구분하기 위해 각국의 인구와 골프 코스 숫자의 비율을 계산함으로써 골프의 인기도를 측정했다. 국민 100만명당 한 개 이상의 골프 코스를 갖고 있는 나라는 골프를 좋아하는 나라로 분류했다.

이 기준에 따라 골프를 좋아하는 나라는 약 50개국이었다. 골프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뉴질랜드는 국민 100만명당 136개의 골프 코스를 갖고 있어 1위를 차지했고, 미국은 약 60개, 프랑스 11개, 싱가포르 6개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스리랑카는 0.1개, 페루는 0.08개, 중국은 0.05개의 골프 코스만을 갖고 있었다.

나는 이 통계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벌어진 300여 개의 중요 분쟁 목록과 비교했다. 그 결과 나타난 증거는 도저히 반박할 수 없는 것이었다. 지난 50여년 동안 골프를 좋아하는 나라 사이에 분쟁이 일어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반면 골프를 좋아하지 않는 그리스와 터키는 역시 골프를 좋아하지 않는 키프로스를 놓고 계속 분쟁을 벌여왔다. 분쟁이 끊이지 않는 중동과 남미 국가들 역시 골프를 좋아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독일과 일본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골프광이 됐고, 한국은 한국전쟁이 끝난 후 골프를 치기 시작했다.

골프와 평화가 이처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는 이유에 대해 나는 몇가지 가설을 세웠다. 우선 골프는 경기를 하는 사람들에게 신사가 되도록 가르친다. 골프에는 또한 야구 축구 미식축구 등과 달리 신체적 폭력이 포함돼 있지 않다. 그리고 골퍼 개개인의 경기결과는 독립적인 것이어서 상대선수에게 어떤 수작을 벌이더라도 자신의 점수를 올릴 수가 없다.

일부 사람들은 골프가 평화를 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평화가 골프를 가능하게 한다며 내가 일의 선후를 바꿔서 이해하고 있다고 말할 것이다. 즉 소중한 땅을 골프 코스로 내놓을 수 있고 국민이 레저를 즐길 수 있을 만큼 경제적 정치적 여유가 있는 나라에서만 골프를 즐기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먼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한국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가장 뒤떨어진 나라에도 골프를 통해 평화를 가져올 수 있음을 증명하기 위한 완벽한 실험을 하고 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한국이 북한에 처음으로 실시하는 대규모 자본투자에 현대그룹이 건설하는 휴양지가 포함돼 있다고 한다. 이 휴양지에는 골프 코스가 여러 곳 만들어질 예정이다.

(http://www.nytimes.com/library/magazine/home/20000604mag-idealab.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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