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東京 연쇄정상회담의 뜻

  • 입력 2000년 6월 8일 19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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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도쿄에서 열린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모리 요시로(森喜朗)일본총리, 그리고 김대통령과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의 연쇄정상회담은 비록 장례식이라는 특수한 기회를 이용한 짧은 회동이기는 하나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한미일(韓美日) 3국의 입장을 최종 확인하고 조율한 자리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적지 않다.

한미 양국은 남북정상회담과 관련된 실무차원의 입장 조율을 이미 마친 상태다. 미국이 가장 큰 관심을 표명한 북한의 핵과 미사일문제에 대해서는 김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과정에서 적절한 기회에 적절한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는 것이다. 또 최근 로마에서 열린 북-미(北-美)회담에서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문제에 대해서는 상당한 진전을 이룩해 이 문제로 인한 김대통령의 부담감은 그렇게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북-일(北-日)관계 진전의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일본의 입장 역시 우리와 다를 바 없다.

결국 이번 도쿄 연쇄 정상회담은 남북정상회담이 북-미, 북-일 관계에 배치되거나 대립 충돌적인 요소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관계 발전에 주도적 기능을 할 것이라는 점을 한미일 정상이 재확인한 자리였다.

그러나 우리는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4강의 미묘한 입장 차이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과 일본의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원치 않는다. 중국은 남북한 문제가 직접 당사자인 남북한에 의해 해결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고 러시아는 미국이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과장해 영향력 확대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비난을 하고 있다. 이 같은 4강국간의 갈등은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더욱 노골화될 가능성마저 크다.

이미 역사가 말해주듯이 4강국간의 이해 충돌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 올 수 있다. 우리가 미일과의 전통적 우호나 공조관계를 강조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이나 러시아와의 관계 역시 한 치도 소홀히 해서는 안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이제 한반도문제에 관한 한 우리가 주도적 역할을 할 때다. 어제 도쿄 정상회담에서도 클린턴대통령과 모리총리가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에게 보내는 그들의 메시지를 김대통령에게 부탁했다고 한다. 지금이야말로 4강의 이해관계를 슬기롭게 조화시킬 수 있는 우리의 외교력 발휘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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