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타워]홍석민/사업합작 돕지는 못할망정…

  • 입력 2000년 6월 7일 19시 02분


최근 한 신문에 ‘현대자동차가 다임러크라이슬러에 지분 10%를 매각하고 전주 상용차 공장을 양사 합작법인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광범위한 전략적 제휴를 추진한다’는 내용의 기사가 실렸다. ‘재정경제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빌려 “정몽구(鄭夢九)현대차 회장이 다임러크라이슬러와 지분 제휴를 포함한 전략적 제휴를 성공시켜 전문경영인으로서의 능력을 인정받겠다는 뜻을 정부에 알려왔다”는 내용이었다.

현대차측은 아주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대우차 입찰이나 월드카 개발을 위해 현대가 다임러와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지만 정부측에서 공식적으로 ‘확인’해준데 따른 부작용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부측에 ‘이렇게 해도 되겠느냐’는 정도의 의사타진을 한 것이 바로 언론에 흘러나와 버렸다”며 “세부사항에서 이견이 있을 경우 협상 자체가 깨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정몽구 회장이 전문경영인으로서의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 제휴를 추진한다’는 내용이 흘러나온 것은 특히 문제가 있다. 현대가 반드시 협상을 성사시켜야 하는 입장으로 비쳐질 경우 협상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수세에 몰릴 것은 뻔한 이치다. 현대차 홍보실에선 7일 출입기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공식 발표 전까지 참아달라”고 통사정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지금 생존의 기로에 서있다. 세계 메이저 업체와의 제휴는 21세기에 한국 자동차 산업이 살아남기 위한 핵심 키워드다. 현대차는 미우나 고우나 국내 자동차 산업의 간판 메이커다. 정부관계자가 무심코 흘린 말 한마디 때문에 국내기업이 협상 테이블에서 불리한 위치에 서야한다면, 아니 혹시 협상 자체가 깨지기라도 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홍석민<경제부기자>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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