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따라잡기] 무역수지 적자 급반전은 기우 - JP모건

  • 입력 2000년 6월 7일 09시 27분


최근 국내 무역수지의 적자 급반전 우려 논란과 관련 그럴 가능성은 없으며, 수출 호조와 반도체 가격상승·국제유가의 진정세 등 교역조건이 회복되면서 내년까지는 상당량의 무역흑자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무역흑자 규모는 국내 경제성장과 수입수요 증가로 점차 줄어들겠지만, 수출의 경우 △ 세계경제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 환율하락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환율에 의한 가격경쟁력이 유지되고 있어 향후에도 견조한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는 지적이다.

JP모건은 최근 “경제조사 보고서”(Economic Research Note)를 통해 △ 지난 4월까지 무역수지는 수출면에서의 계절요인과 교역조건 악화로 과장됐다고 지적하고 △ 국제유가의 불확실성으로 보수적으로 전망한다고 하더라도, 올해 무역수지 흑자규모는 80억∼100억달러, 내년에는 30억∼50억달러의 흑자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JP모건은 올해 국제유가(WTI 현물기준)는 전반적으로 하향기조를 보여 연말에는 배럴당 25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했으며, 오는 9월 OPEC 정기총회에서 ‘추가 증산’이 결정된다면 무역흑자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 물량기준 수출증가율은 수입증가율 앞서

JP모건은 올들어 지난 4개월간 수입급증에 의해 금액기준 무역흑자가 대폭 감소했으나 이는 계절요인 등에 의해 과장됐다고 진단하고 물량기준 수출증가율은 여전히 수입증가율을 넘어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출의 경우 △ 연말 집중선적으로 새해 1∼2월(음력설)까지 감소 영향을 받고 △ 지난 3월 수출선적항 파업과 4월 자동차 파업 영향으로 수출면에서 무역흑자 감소폭이 더욱 커진 점이 있으나, 향후 파업으로 큰 차질을 빚지 않는다면 2/4분기 이래 전통적인 수출호조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실질 GDP 산정(불변가격 기준) 등에 적용하는 ‘물량기준’(volume)으로 볼 때 수출증가율은 여전히 호조세를 보이고 있으며, ‘금액기준’(value)과는 달리 수입증가율은 여전히 수출증가율을 밑돌고 있다고 JP모건은 지적했다. 소비가 공급을 넘어서는 초과수요 현상과 그에 따른 경기과열에 의한 무역수지 감소는 나타나고 있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 교역조건 최악 상황 벗어날 전망

JP모건은 1/4분기 무역수지는 낮은 수출단가와 높은 수입단가, 즉 교역조건의 악화에 의해서도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하고, 향후 교역조건은 지난 1/4분기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1/4분기 중 반도체와 IT(정보기술) 관련 제품가격 등 수출단가가 하락했는데, 이는 △ 작년 11월 대만의 지진사태로 작년말 반사이익을 얻었으나 올해 대만의 반도체 생산회복으로 공급이 증가됐고 △ 통상 1∼3월중 겪게 되는 수요부진 등 계절요인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반면 수입단가는 △ 지난 97∼98년 IMF 위기상황에서 하락했다가 작년 이래 국제유가가 상승세로 반전된 이래 특히 올 1/4분기 중에는 원유도입가가 전년동월비 134%나 급등한 영향이 컸고 △ 수입유발구조에 따라 일본에서 들여오는 반도체 수입가격이 오른 것도 수입단가 상승세를 지속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JP모건은 “지난 1/4분기 금액기준 무역흑자의 대폭 감소를 볼 때 앞으로 무역수지 전망은 결정적으로 교역조건에 달려 있다”면서 “그러나 향후 반도체 가격이 상승하고 국제유가가 하락기조를 보일 것으로 전망돼 교역조건은 최악의 수준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JP모건은 “최근 급속히 빠른 국내 경기회복에 따라 무역수지가 혹여 적자로 반전될 우려가 있지 않느냐는 불안심리가 퍼졌으나 이는 과장된 것”이라면서 “앞으로 무역흑자가 점차 줄어들긴 하겠지만, 5월의 14억달러 흑자 등을 볼 때 적자지속 추세로 급반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JP모건은 “한국은 반도체에서 주공급자 위치이기 때문에 수출 물량증대와 가격상승 등의 혜택을 톡톡히 얻어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반도체 한 산업에 과도하게 무역흑자를 의존할 경우 (지난 90년대 중반 경험처럼) 나중에 큰 부작용이 야기될 수 있으며, 만약 환율상승을 유도해 수출을 늘리려 한다면 기업들은 결국 자생력을 잃어버릴 것”이라고 경계했다.

이기석 <동아닷컴 기자> dong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