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여당 무죄, 야당 유죄?

  • 입력 2000년 5월 30일 20시 25분


법의 상징은 천칭(天秤)이다. 가운데 줏대를 중심으로 좌우 무게가 균형을 이루도록 한쪽 저울판에 분동(分銅)을 올려놓아 무게를 다는 저울, 이 천칭이 상징하는 법의 정신은 ‘법적용의 형평’일 것이다.

그런데 검찰이 4·13 총선과정에서 법의 심판대에 오른 선거사범 처리와 관련해 또 ‘여당 봐주기’ 논란을 빚고 있다. 검찰은 선거법 위반혐의로 입건된 당선자 가운데 한나라당 5명, 민주당 3명, 자민련 1명 등 모두 9명을 기소할 것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여당 당선자 1,2명은 막판에 기소 대상에서 제외될지도 모른다는 얘기도 나돈다.

문제는 이같은 검찰의 수사결과가 선거관리위원회의 판단을 뒤엎은 것이라는 점이다. 선관위가 총선기간중 적발해 검찰에 고발 또는 수사의뢰한 사건을 정당별로 보면 민주당 181건, 한나라당 47건, 자민련 44건의 순이었다. 이 가운데 당선자 본인이 고발당한 경우도 민주당 7명, 자민련 2명, 한나라당 1명으로 여당이 압도적으로 많다.

시 군 구 선관위는 현직 판사, 시 도 선관위는 지방법원장 또는 지법 수석부장판사가 위원장을 맡고 있고 따라서 각급 선관위가 검찰에 고발한 사건은 1차적으로 사법적 판단이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도 검찰은 증거 불충분 등을 내세워 선관위의 판단을 거의 묵살할 태세다.

검찰에 대한 선관위의 불신은 재정(裁定)신청으로 이미 표면화됐다. 선관위는 개정선거법 시행(2월16일)이전에 고발한 46건 가운데 검찰이 불기소 처분한 민주당 당선자와 자민련 후보 등 2명을 골라 26일 재정신청을 했다. 검찰의 무혐의 처분이 부당하다며 직접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절차를 밟은 것이다. 선관위는 앞으로 개정선거법 시행이후의 사건에 대해서도 검찰의 태도를 보아가며 재정신청권을 행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기소시기를 놓고도 ‘정치적 고려’를 하고 있다는 흔적이 여기저기서 발견된다. 검찰은 16대 국회 임기개시일(30일)전에 일부 당선자를 기소할 것처럼 운을 뗐다가 29일에는 6월초에나 기소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을 바꾸었다. 이는 31일의 한나라당 전당대회를 의식해 야당의 반발을 최소화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물론 검찰은 아직도 수사가 진행중이고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정치적 고려’를 부인하고 있다. 검찰의 이같은 말이 진실이 되려면 선관위는 물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사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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