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投信 부실펀드 내달 공개…퇴출-합병 가속화될듯

  • 입력 2000년 5월 30일 20시 19분


투자신탁회사가 굴려온 규모 100억원 이상 펀드들이 얼마나 부실한지가 6월20일 이후 시장에 낱낱이 공개된다. 또 6월말에는 은행들의 부실내용도 공개돼 부실 금융기관의 퇴출과 합병 등 금융구조조정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저조한 투자수익을 올려온 투신사의 대주주(증권사)는 부실내용 공개에 앞서 증자 등을 통해 부실을 떨어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29일 23개 투신(운용)사 임원회의에서 규모 100억원 이상인 펀드의 부실을 공인된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아 다음달 20일까지 제출하도록 통보했다”고 30일 밝혔다.

▽왜 공개하나〓금감원이 내년 4월로 계획했던 ‘펀드내용 공개’를 10개월 정도 앞당긴 것은 채권시장을 마비시켜 온 소문을 겨냥한 것. 금감원 관계자는 이날 “부실내용이 알려지면 시장에 흘러다니는 ‘투신사의 추가부실 10조∼20조원’설이 잘못됐다는 것이 드러나 채권 유통의 숨통이 터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감원은 현재 투신권 실제 부실규모가 소문의 10분의1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1원도 투입안한다〓정부는 주인이 있는 ‘개인기업’의 운용 잘못을 국민 세금으로 보전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투신운용사는 대부분 증권사가 100% 가까이 출자해 만든 회사로 시장안정의 총대를 멨던 한국투자신탁 대한투자신탁과는 사정이 다르다는 것. 금감원은 펀드별로 수익률 차이가 공개되기 전에 대주주가 증자 등의 방법으로 자금을 투입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쟁 투신운용사의 수익률보다 낮은 수익률을 올린 해당사는 수익률을 곧바로 공개할 경우 도태되기 때문에 수익률을 ‘부끄럽지 않은 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대주주가 자금을 투입할 것이란 전망.

▽공개대상〓채권시장의 40%를 차지하는 한투 대투 현대투자신탁 등 ‘빅3’를 포함, 23개 투신사가 굴리고 있는 2530개 펀드가 대상이다. 수치상으로는 23개사 전체 펀드 1만4000여개의 18% 수준이지만 금액기준으로는 88%(133조원)에 해당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펀드가 어떤 회사채를 구입했고, 그 채권 신용등급이 어느 정도이며, 워크아웃 또는 법정관리 상태인 기업채권의 경우 어디까지가 실제가치인지 낱낱이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채권시장 일각에서는 “투신사 출자분이 300억∼500억원대에 그치는 대주주가 많아 부실규모가 클 경우 증자를 통해 경영을 정상화하기보다 회사를 포기하려는 쪽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찮아 다음달 말 부실공개 때까지 다소 진통이 예상된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