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인천앞바다 쓰레기 몸살

  • 입력 2000년 5월 30일 19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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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11시반경 인천 남동구 논현동 소래포구. 조업을 마치고 포구로 돌아온 어선들은 조금 전 잡은 싱싱한 수산물을 공판장에 풀었다. 그러나 어민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5, 6년 전부터 어획고가 눈에 띄게 감소한데다 그물에 폐비닐과 목재 등 쓰레기가 자주 걸려 올라오기 때문이다. 어민 김명철씨(48)는 "그물을 올리면 고기 반, 쓰레기 반"이라며 "10년 전만 해도 그물에 쓰레기가 간혹 걸려들었으나 요즘은 쓰레기더미 속에서 고기를 고르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 앞바다가 한강을 통해 흘러 내려온 쓰레기로 거대한 쓰레기장으로 변하고 있다. 인천시는 바다 쓰레기 문제가 심각해지자 '바다의 날'(31일)을 앞두고 30일 인천항만, 월미도, 연안부두에서 행정선 등 선박 12척을 동원해 바다 대청소를 실시했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인천지방 해양수산청 해양환경과 김남(金南·34)씨는 "여름 장마철에는 인천 연안부두에서 70㎞ 떨어진 덕적도 해상의 그물에서 냉장고가 발견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쓰레기는 한강을 통해 흘러 내려온 비닐류가 대부분. 특히 잘게 부서진 비닐이 새우에 섞이면 골라내기 어려워 어민들뿐만 아니라 구매자들까지 골탕을 먹고 있다. 강헌(姜憲) 수원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비닐 쓰레기는 분해되지 않고 갯벌에 파묻혀 물고기의 산란장을 없앨 뿐만 아니라 갯벌 진흙 속의 산소공급을 막아 생태계를 파괴한다"고 말했다.

한강에서 떠내려온 쓰레기가 1차로 쌓이는 경기 김포와 인천 강화도 연안의 오염은 더욱 심각하다. 김포어촌계장 최영필(崔永弼·45)씨는 "해수면에 떠다니는 부유 쓰레기를 피해 그물을 던지고 있다"며 "바다 쓰레기 문제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도 정부는 심도 있는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바다 쓰레기 얼마나 있을까▼

강교수는 최근 조개잡이 형망 그물을 이용, 인천 덕적도 바다 밑바닥을 조사하면서 ㏊당 4.568㎏의 쓰레기를 건져 올렸다. 정확한 바다 쓰레기 실태 조사가 한번도 이뤄지지 않아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인천시는 1년 동안 22만9350t의 바다 쓰레기가 발생한다고 추정. 파도를 따라 먼바다로 이동한 쓰레기가 전체의 반 정도라고 감안하면 30년 동안 344만여t의 쓰레기가 인천 앞 바다 바닥에 쌓여 있거나 떠다니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 입장▼

96년 수도권행정협의회에 바다 쓰레기 문제가 처음 제기된 후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는 5년 만에 처음으로 3월 수도권행정협의회에서 바다 쓰레기 대책비 35억원을 걷기로 했다. 분담 내용은 인천시 17억5700만원(50.2%), 경기도 9억4500만원(27%), 서울시 7억9800만원(22.8%). 그러나 이 돈은 바다 쓰레기 분포실태조사와 청소전용선 구입에 쓰일 뿐 차단막 설치 등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은 아직 요원하다.

▼대책▼

전문가들은 한강으로 유입되는 육지 쓰레기를 근절시키는 것이 급선무라고 밝히고 있다. 유정석(柳廷錫) 한국해양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인천 강화 북단 4곳에 차단막을 설치해 청소전용선이 쓰레기를 수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부들이 바다 쓰레기를 육지로 가져올 경우 일정액을 보상해주는 것도 한 방법. 김남석(金南錫·48) 인천 소래어촌계장은 "어부들이 가져온 쓰레기를 자신들이 돈을 내고 육지에서 처리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어부들이 가져온 바다 쓰레기만큼은 정부나 행정당국에서 맡아 처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천〓박정규기자>jangk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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