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따라잡기]현대그룹 주 무더기 하한가

  • 입력 2000년 5월 26일 16시 50분


"현대발(發) 경제위기는 오는가"

현대 계열사 주식들이 26일 무더기 하한가를 기록하는 등 폭락세를 보이며 주가 폭락을 초래했다.

이날 주식시장에서는 현대건설(-565원)를 비롯해 해상(-1260원), 증권(-1150원), 강관(-410원), 미포조선(-810), 고려산업개발(-230원), 상선(-740원), 상사(-390원), 정공(-565원), 울산종금(-195원), 엘리베이터(-1270원) 등 모두 26개 상장종목의 절반인 13개 종목(우선주 포함) 이 하한가를 맞았으며, 중공업(-3250원/14.63%), 한국프랜지(-850원/14.16%), DSF(-1270원/13.46%) 등도 큰 폭 하락했다. 이밖에 현대차, 현대전자, 동서산업 등도 두자릿수 이상의 낙폭을 기록하는 등 전종목이 하락세를 보였다.

현대그룹의 주가하락은 대우 LG 등 다른 주요 그룹의 기업자금에 대한 의혹을 증폭시키는 등 악영향을 끼쳐, 이들 그룹의 전종목이 하락했으며, 특히 대우그룹의 경우 대우전자 등 7개 종목 이 가격제한폭까지 밀렸다. 삼성그룹 역시 물산과 호텔신라를 제외한 전종목이 하락하는 등 유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현대그룹 관계자가 전날인 25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일부 계열사의 유동성에 문제가 있음을 시인하고, 외환은행이 건설 등에 자금을 지원키로 결정하는 등 현대그룹의 자금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확인되자 개인투자자들이 '제2의 대우'를 우려하며 개장초부터 주식을 대량 처분하면서 주가가 밑으로 고꾸라진 것이다.

앞서 지난달말에는 현대투신이 한남투신 인수에 따른 유동성 부족 해소를 위해 2조원 가량의 공적자금 지원을 요청했으나 정부가 이에 난색을 표시한데다 △참여연대의 현대투신 '바이코리아펀드 불법운용’ 폭로 △현대그룹의 회사채 발행 어려움 △주요 그룹에 대한 정부의 세무조사 및 부당내부거래 조사실시 등으로 현대그룹의 주가는 한차례 홍역을 치렀었다.

사실 현대그룹의 유동성 위기설(說)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작년 7월 대우그룹 사태가 발생할 당시 '대우 다음은 현대'라는 소문이 시중에 광범위하게 유포되기도 했다.

또한 현대의 한남투신 LG반도체 기아자동차 인수 등을 놓고 많은 투자자들이 고개를 갸우뚱한 것이 사실이다. 현대그룹의 부실기업 인수 등 공격적인 경영이 부실기업의 정상화에 목적을 두기보다 과거 대우그룹이 정부로 자금을 지원받기 위해 부실기업을 마구잡이로 인수했던 것과 유사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회사채 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구체적인 사례들이 공공연히 언론에 공개되면서 현대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지목되기도 했었다.

특히 국내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만기가 얼마 남지 않은 현대그룹 계열사의 회사채를 헐값에 매도하기 위해 몇몇 일본계 은행 관계자들이 한국을 방문했다는 소문이 확산되면서 현대그룹의 자금 악화설은 외환 딜러들 사이에서 급속히 퍼져나갔다.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현대그룹 사태에 대해 지배권만 있고, 경영이 없는 데 따른 결과라고 분석하고 있다. K대의 모교수는 익명을 전제로 "형제간에 경영권을 놓고 다툼을 벌인데서 드러났듯이 현대 내부의 봉건적인 지배구조로 인해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결정적으로 신뢰를 상실하게 됐다"며 "기업들의 업무제휴가 일반화된 상황에서 현대그룹과 일을 같이 하자는 세계적인 기업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 현대그룹의 경영부재 현실을 그대로 대변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현대그룹은 자금악화설이 불거지면서 장초반부터 건설 상선 등 주요 계열사 주가가 제한폭 가까이 밀리자 크게 긴장하는 분위기였다. 구조조정본부를 비롯 각 계열사 주가담당자들은 주가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면서 주가 하락의 장기화 여부에 대해 분석작업을 벌이는 한편 투자자들의 전화 문의에 대응하느라 바쁜 모습을 보였다.

현대 관계자는 “현대가 사업규모로 인해 차입금 규모가 크지만 부채비율이나 현금흐름상 다른 그룹에 비해 우수한 점을 적극 알려 주식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겠다”고 밝혔다.

방형국<동아닷컴 기자>bigjo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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