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따라잡기] 미국 금리인상 악령과 전통블루칩의 약세

  • 입력 2000년 5월 26일 08시 58분


금리인상의 악령이 25일 미국증시를 또다시 짓누르면서 전통 블루칩들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금융주를 비롯 유틸리티 제조 유통 등 블루칩마다 약세를 면치 못하면서 시간이 갈수록 낙폭을 키웠다. 전날(24일)의 상승탄력을 유지하던 첨단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도 장중의 높은 오름세를 지키지 못하고 블루칩의 폭락에 발목을 잡혀 결국 하락세로 주저 앉고 말았다.

이날 금융주 등 블루칩의 약세는 이날 개장 직전 상무부가 발표한 1.4분기 GDP성장률(수정치)로 인해 촉발됐다. 이 기간 GDP성장률이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0.2%포인트 높은 5.4%로 나타나면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금리인상의 명분을 제공한 탓이다. 이에따라 금리동향에 민감한 금융주를 비롯 제조 유통 등 블루칩들이 약세를 보인 것이다.

거기에다 장이 끝나갈 무렵 골드만삭스가 기업분할설에 곤혹을 치루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에 대해 '보유비중 축소'를 권고하면서 블추칩 약세의 영향이 기술주에 까지 미친 것이다.

적잖은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서 빠져나와 채권쪽으로 자금을 순환시키고 있다는 소식도 미국증시 참여자들을 더욱 우울하게 만들었다. 이날 금리인상 우려가 확산되면 채권 수익률이 오르는 상식을 깨고 30년물 정부채권 유통 수익률이 하락한 것도 정부가 환매에 나선 데도 원인이 있지만 채권으로 몰리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한 원인으로 지적됐다. 이날 액면가 1,000달러짜리 30년물 재무부 채권가격이 11.25달러나 급등한 반면,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수익율은 전날의 6.20%에서 6.11%로 하락했다.

지금 미국증시는 재료공황상태다. 이른바 '뉴스부재(news vacuum)'로 인해 시장이 조그만 악재에도 크게 동요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다. 뉴스가 워낙 없다보니 미국경제의 팽창이 계속되고 있다는 지수재료에는 특히 맥을 못추고 있다. 경제가 잘나가고 있다는 소식은 곧 인플레 우려→금리인상 가능성으로 연결되며 투매현상까지 초래하는 형국이다.

그럼 미국경제에 지금 어떤 일이 빚어지고 있는가. 과연 미국경제는 고성장 끝의 파국인 경기연착륙으로 침체의 행로를 밟을 것인가. 이러한 시점에서 미국경제의 현주소를 제대로 인식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사실 미국경제의 펀더멘털을 보면 이미 수개월전부터 미국경제는 금리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경제는 과도한 소비붐으로 인해 이미 공급 증가분이 수요증가분을 따라잡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물가는 비록 완만하지만 오름세를 타고 있고, 지난 분기들어서는 근로자 임금상승률이 생산성 증가율을 넘어서기도 했다. 인플레 조짐이 완연해진 것이다.

이같은 경제지표들은 분명히 증시에는 좋지 않은 쪽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날 금리인상 우려가 첨단기술주보다 금융 등 전통종목에 큰 악영향을 끼친 것은 왜일까.

최근 FRB가 연방기금 금리를 0.5%포인트나 인상했음에도 불구하고, 금리에 민감한 금융주들이 최근들어 초강세를 보였었던 점을 감안하면 의구심이 더욱 증폭될 수 밖에 없다.

이는 근본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에서 첨단종목과 전통주들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첨단기업의 경우 자금의 대부분을 벤처캐피탈 등에서 구하기 때문에 금융부담이 적은 반면 굴뚝업체들의 자금조달 창구는 은행이기 때문에 금리인상은 곧 금융비용 부담증가→수익구조 악화→주가하락으로 연결될 수 있다.

그러면 FRB는 다음달 28일 열리는 공개시장의원회(FOMC)에서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까.또 올린다면 인상폭은 얼마나 될까.

이미 지난 16일 FOMC가 금리인상 결정하기 앞서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했듯이 다음달의 회의에서도 FOMC는 금리를 올릴 공산이 높다. 인상폭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에 따라 의견이 다르지만 현재로서는 0.25%포인트 인상과 0.5%포인트 인상 전망 가운데 0.25%포인트 인상 의견이 강한 편이다.

방형국<동아닷컴 기자>bigjo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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