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이슈분석]새한 다음은?.. 시장패닉상태

  • 입력 2000년 5월 19일 15시 55분


설로만 떠돌던 새한그룹의 워크아웃 신청이 현실화되자 금융시장이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패닉으로 빠져들고 있다.

오늘 채권시장이 驚氣를 일으킨 것은 워크아웃신청이 새한에만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시장에는 '새한 이후에 다음 기업은 어디다'는 루머가 공공연하게 떠돌고 있다.

루머의 대상이 되는 기업중에는 우리경제 전체를 휘청이게 할 수도 있는 대기업도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 건설업을 대표하는 모 기업의 경우 기업어음(CP) 차환발행이 잘 안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시장관계자는 "이 기업의 91일만기 기업어음은 정상금리보다 0.80%포인트를 높은 8.40%정도에 팔려는 데도 사자가 없다"면서 "금리를 막론하고 사지 않겠다는 금융기관이 거의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도 "이 기업은 아직은 은행의 당좌한도는 여유가 있지만 CP차환발행이 계속 어려움을 겪을 경우 당좌도 막히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기업어음 시장은 극도로 경색돼 있어 조금만 루머가 돌아도 매수세가 자취를 감춰 차환발행이 막힌다는게 시장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회사채발행등 장기자금조달이 막힌지는 오래됐고 중기자금조달줄인 CP마저 연장이 안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신용경색이 계속되면 루머대상에 오르고 있는 대기업들이 새한그룹의 전철을 밟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시장이 이런 위기감에 휩싸이며 이날 3년만기 국고채수익률은 오후들어 전일비 0.15%포인트나 폭등한 9.15%에 거래됐고 3년만기 회사채수익률도 10%대로 훌쩍 올라섰다.

외환시장에서도 달러/원 환율은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이며 오후장 한때 전일비 8원이나 오른 1126.5원까지도 치솟았다.

종합주가지수는 전일비 17.73포인트 오른 730.68로 마감했지만 저점매수와 정부의 증시안정대책에 기대감 때문이지 안정을 회복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금리와 환율급등을 잡지 못하면 주가도 언제 다시 폭락할 지 모른다.

그러나 금리오름세는 여기서 그칠 것 같지 않다고 시장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시장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정부의 인식이 너무 안이하다는 것이다.

적당한 립서비스나 임기응변식 대응으로 치유하기에는 상처가 깊다는게 시장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우리나라가 IMF위기에서 벗어나는데는 저금리-저유가가 큰 힘이 됐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은 다르다. 미국이 인플레를 우려해 공격적인 금리인상에 나서면서 세계적인 고금리 시대가 막을 열고 있다. 유가도 비수기임에도 하락은 커녕 다시 WTI가 배럴당 30달러를 돌파하는 등 고유가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우리경제를 둘러싼 환경이 이처럼 나빠지고 있는데도 정부는 아직 우리경제의 펀더멘탈이 괜찮다는 낙관론만 펼친다.

악화되는 대외여건과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금융기관 구조조정문제가 맞물리면 제2의 경제위기를 맞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정부가 정치적인 이유든 고위관리의 保身 때문이든 지금처럼 무력하게 주저앉아 있을 때가 아니다.

시장관계자들은 시장이 신뢰할 만한 구조조정대책과 투명한 자금조달 계획을 내놓고 경제운용계획도 악화되는 대외여건에 맞춰 수정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민병복 <동아닷컴 기자> bb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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