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미국인 의식조사]돈과 성공

  • 입력 2000년 5월 17일 01시 53분


▽당신은 다음의 문장에 동의하십니까?

◇인생의 성공이라는 점에서 돈에 보통 더 많은 가치를 둡니다.

전체

북동부

중서부

남부

서부

34%

36%

32%

29%

43%

아니오

65%

63%

68%

70%

55%

미국인들의 생활을 그토록 환상적인 것으로 만들어주는 많은 모순들 중에, 돈과 성공에 관한 모순 만큼 묘한 것은 없다. 세계를 지배하는 미국의 경제를 이끌고 있는 것은 돈을 벌겠다는 욕망이다. 미국은 역사도 길지 않고 귀족제도도 경험한 적이 없는 나라이기 때문에 돈이 지위와 권력의 중요한 원천이자 상징이 되었다는 사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많은 미국인들은 돈을 항상 의심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청교도들은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 스스로를 채찍질하면서도 돈이 모든 악의 근원이라고 굳게 믿었고, 벤저민 프랭클린에서부터 마틴 루터 킹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지도자들은 물질주의의 위험에 대해 경고하곤 했다.

오늘날 대다수의 미국인들은 성공의 척도로서 돈에 지나친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그들은 돈이 자기 자녀들의 미래에도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런 주장을 가장 강력하게 펼치는 사람들 중에는 나이가 많고 가난한 사람들과 흑인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도대체 이유가 무엇일까. 나는 뭔가 복잡한 것이 여기에 얽혀 있다고 생각한다. 즉 평등에 관한 미국인들의 굳은 신념과 불평등한 현실을 조화시키려는 노력이 이런 현상을 빚어낸 것이다.

미국인들은 평등의 이상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경제적 불평등이 도덕적으로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는 미국인도 전체의 거의 절반이나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평등의 원칙을 진심으로 받아들이면서도 그 원칙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정치적 수단을 포용하지 못하는 것 같다. 노동자들은 민주적 과정이 부패되었고 정치인들이 기득권층의 은혜를 입고 있어 이를 시정 할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정치를 이용해서 소득 격차를 줄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노동자들과 중산층 미국인들이 더 많은 돈을 갖고 싶어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들은 정치인들이 불평등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해줄 것이라는 희망을 이미 오래 전에 포기해버렸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돈에 대한 나름대로의 태도를 정하게 되었다.

종교는 이들의 태도를 지탱해주는 버팀목 중의 하나이다. 선진국 중에서 가장 종교적인 나라인 미국에서 신앙이 깊은 미국인들은 가장 열성적으로 돈의 영향력을 부인하고 있다. 그리고 종교를 믿는 미국인들 중에는 흑인들이 인구비율보다 훨씬 더 많다.

그러나 종교를 깊이 믿지 않는 사람들도 돈의 영향력을 부인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누구든 정말로 돈을 벌고 싶다고 원한다면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터넷 경제 속에서 부자들의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부자들에 대한 선망도 줄어들었다.

하지만 나는 많은 미국인들이 소득격차가 도덕적으로 옳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점점 벌어지는 소득격차를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미국이라는 나라에 깊이 뿌리를 박고 있는 신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사람들 사이에 부의 격차가 아무리 크더라도 정말로 중요한 곳에서는 우리 모두가 진정으로 똑같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신념이다.

▽필자:올란도 패터슨(하버드대 사회학과 교수)

(http://www.nytimes.com/library/magazine/home/20000507mag-satisfaction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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