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투데이]피셔 獨외무 "유럽 연방국가 만들자"

  • 입력 2000년 5월 14일 20시 07분


유럽도 미국처럼 정치적으로 하나인 ‘연방국가’처럼 변신할 것인가.

요슈카 피셔 독일 외무장관은 12일 “유럽은 앞으로 10년 내에 단일 헌법, 단일 정부, 양원 체제의 유럽의회로 구성된 유럽연방국가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베를린 훔볼트 대학에서 연설하면서 “유럽연방 정부를 구성하기 위해 유럽인의 직접 선거로 단일 대통령을 선출하고 중앙정부가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 외교 안보 분야에 대한 통치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발언은 유럽연합(EU)이 현재 계획대로 회원국과 기구를 확대할 경우 의사결정 장치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놓고 논쟁이 일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그는 현재 15개국인 EU 회원국이 앞으로 30개국 정도에 이르면 회원국들이 만장일치로 합의하기 어렵기 때문에 단일 통치기구를 만들자고 주장한 것.

피셔장관은 “내 발언은 유럽 각국이 지난 반세기 동안 진행시켜 온 ‘하나의 유럽’ 구상과 맥을 같이한다”고 말했다.

‘하나의 유럽’ 구상은 프랑스 독일 등 6개국이 1952년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를 발족시킨 뒤 67년 유럽공동체(EC), 68년 유럽 관세동맹, 99년 단일통화 유로체제 출범 등 주로 경제적인 분야에서 진행돼 왔다. 그러나 93년 12개 유럽국가들이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에서 체결한 마스트리히트조약은 유럽의 정치적 통합 추구를 명시했다.

그는 이번 제의를 하면서 유럽연방국가의 중심으로서 EU 본부가 있는 벨기에의 브뤼셀을 거론했다. 유럽 전문가들은 “EU의 통화통합을 주도한 독일이 정치 통합에서도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을 떨쳐내려고 브뤼셀을 거론한 것 같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르몽드지 등 유럽의 주요 언론은 “유럽의 앞날에 관한 논쟁에 불길을 당겼다”고 크게 보도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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