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쉘 위 댄스]슬로우, 퀵퀵…"춤이 인생을 바꿨어요"

  • 입력 2000년 5월 8일 19시 47분


왈츠, 탱고, 차차차…. ‘슬로우 슬로우, 퀵 퀵’이 먼저 떠오르는 사교춤은 우리 나라에서 부정적 이미지로 남아 있다.

그러나 ‘쉘 위 댄스’(Shall We Dance?)는 이같은 사교춤을 소재로 중년의 인생과 사랑을 아름답게 빚어놓은 작품이다. 영화는 서로 닮지 않은 두 인생을 교차시킨다. 빵을 위해 ‘다람쥐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실제의 삶, 춤을 추면서 지루하고 고단한 일상으로부터 탈출해 꿈과 희망을 키워가는 비현실적 삶이다.

주인공 스기야마(야쿠쇼 코지 분)는 현실과 꿈의 경계에 서 있는 평범한 일본인을 상징한다. 40대 대기업 경리과장인 그는 사려깊은 아내와 토끼 같은 딸, 마이 홈 등 직장과 가정에서 그다지 부족할 게 없다. 하지만 안정된 대기업 샐러리맨의 뒷 모습에는 작은 성공 뒤의 허탈함과 삶의 피로가 잔뜩 배어 있다.

직장 동료로 라틴 댄스의 신봉자인 아오키(다케나카 나오토)와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시장 아줌마 토요코(에리코) 등 댄스교습소에 나오는 인물들도 별난 아저씨 아줌마가 아니다. 낮에는 ‘일본 주식회사’의 구성원이지만, 밤에는 스텝을 밟으면서 상실했던 인생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는 인물들이다.

퇴근길 지하철. 스기야마는 댄스교습소의 창가에서 미모의 마이(쿠사카리 타미요)를 엿보곤 한다. 마이에 이끌려 교습소에 나왔지만 점차 춤 자체의 매력에 빠져든다.

영화는 스기야마가 춤을 배우는 과정을 통해 사교 춤에 대한 주변의 편견을 꼬집는 한편, 적극적인 삶의 추구가 얼마나 소중한가를 보여준다. 96년 미국 박스 오피스에서 190만명으로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난(亂)’을 제치고 미국 개봉 일본 영화 중 흥행 1위를 기록. 전체 연령 관람가. 13일 개봉.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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