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버섯연구 8년' 구자경 LG명예회장

  • 입력 2000년 5월 2일 19시 50분


구자경(具滋暻) LG 명예회장의 버섯사랑이 예사롭지 않다.

경영일선에서 물러난지 어언 5년. 구명예회장은 일주일에 한번 LG연암문화재단 등 공익재단 사업을 챙기기 위해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로 출근할 때를 빼고는 충남 성환시 연암축산원예대학에서 붙박이 생활을 하면서 버섯키우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국내에 버섯공장은 여럿 있어도 종균(種菌)하는 곳은 없다’는 말을 듣고 흥미를 가지기 시작해 버섯연구에 빠져든 것이 벌써 8년째. 처음에는 이렇다할 지식도 없이 달려들었으나 지금은 아예 연암축산원예대학 한켠에 개인연구실까지 만들어 버섯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팽이버섯으로 시작한 연구품종도 만가닥버섯 세송이버섯 등으로 다양해졌다. 신기술에 대한 정보를 놓칠까봐 버섯관련 신간도 빠짐없이 찾아 읽는 버릇이 생겼다.

경영일선을 떠난 지금,연암축산원예대학 교수들과 머리를 맞대고 버섯연구시설을 현대화하는 작업은 구명예회장이 유일하게 경영인 시절의 관리능력을 맘껏 발휘하고 있는 분야다.

주변환경에 민감해 밤낮으로 쉬지않고 정성을 쏟지 않으면 금방 시들거나 죽고마는 것이 버섯. ‘열심히 일하는 것이 최고의 복이라는 생각으로 다가가지 않으면 쉽게 친해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버섯의 특징’이라고 구명예회장은 지인(知人)들에게 종종 얘기한다.

구명예회장은 또 얼마전 모교인 경남 진주시 지수면 지수초등학교 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작년에 고향을 지수면을 방문했다가 이 학교가 학생수 부족으로 통폐합될 위기에 처하자 꿈많던 어린시설을 보낸 80년 전통의 모교를 살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체육관과 급식소를 겸할 수 있는 다목적 건물을 지어 올 2월 후배들에게 선물했다.

이 학교는 그의 교사 재직시절 첫 임지이기도 하고 구인회(具仁會) LG창업회장, 고(故) 이병철(李秉喆) 전삼성회장,조홍제(趙洪濟)효성 창업주의 모교이기도 하다.

적당한 시기에 물러나지 못해 뒤늦게 곤욕을 겪는 기업경영자들이 적지 않은 한국적 현실에서 깨끗이 경영일선을 떠나 만년을 보내는 구명예회장의 모습을 신선하게 바라보는 시각이 재계에 적지 않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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