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임수혁 아버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 입력 2000년 4월 30일 21시 42분


1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프로야구 경기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한 롯데 임수혁의 아버지 임윤빈씨(63).그동안 기자들과 인터뷰를 일절 사양했던 그가 4월30일 동아일보에 '사랑하는 수혁아 어서 일어나거라'란 제목으로 아들에게 띄우는 장문의 편지를 보내왔다.다음은 편지 전문.

세상에 너의 명성이 알려질 때부터 내 이름은 덮어지고 수혁이 아버지로 바뀌었지만 그것이 나에게는 자랑스러움이었고 보람이었다.

그날도 내가 도착하여 보니 경기장은 양팀 응원단의 함성으로 가득차고 너는 5번타자로 배정되어 아버지 기분은 너무나 좋았단다.

하지만 경기가 시작되고 네가 1회에 볼넷으로,3회에 실책으로 1루에 진루하면서 아버지의 마음은 웬지 모를 긴장과 초조함으로 계속됐다.

그때 네가 많은 관중의 환호속에 2루로 뛰고는 쓰러졌지….

순간 갑자기 쓰러지는 너의 모습을 보고 정신없이 운동장으로 들어가 병원으로 옮겼는데 벌써 병원에 누워있는지 열흘이 지났건만 너는 마치 긴 잠이라도 자는 것처럼 그렇게 누워만 있구나.

네가 초등학교 시절 아버지 "저 야구할께요"라고 말했을 때 보수적이던 아버지는 늘 마음이 아팠단다.그렇지만 너는 많은 인내와 노력으로 야구인의 길로 정진하여 강남중학교와 서울고교를 거치면서 너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우리 가정에 즐거움과 기쁨을 항상 가득 채워주었다.

고려대학교를 나와 국군상무팀에 입단하면서는 체육인으로서 네가 국가대표선수가 돼 김포공항을 떠날 때마다 너무나 마음이 뿌듯했단다.

그런 네가 어떻게 이렇게 쓰러져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단 말이냐.

사랑하는 내 아들 수혁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너의 아들 딸 세현이와 여진이의 애절한 기도가 들리지 않니!

어서 일어나 아직 초등학교에도 들어가지 못한 이 아이들에게 살아가는 법도 가르쳐주고 해야지.

내 아들 수혁아!

애비의 애끓는 절규와 기도가 들리지 않니!

부디 오늘까지만 쉬고 내일 아침엔 훌훌 털고 일어나거라.어서 일어나 아버지와 같이 아침 운동도 하고 너를 사랑하는 팬들,선후배 동료,지도자분들,각 구단 임직원분들 등 많은 분들게 보답해야지.

수혁아! 어서 일어나거라!

2000년 4월30일 서울중앙병원 중환자실에서 아버지가.

<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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