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크루그먼 칼럼]MS분할 역효과 크다

  • 입력 2000년 4월 27일 19시 11분


신성로마제국 시대에 라인강의 요충지 두 곳을 차지하고 배의 통행료를 받던 ‘빌헬름 폰 게이츠’란 영주가 있었다.

그가 통행료를 독점해 부유해지자 미워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황제는 게이츠의 영지를 두 개로 쪼개 한 곳의 통행료 징수권을 게이츠의 조카에게 주었다. 그러자 두 곳에서 통행료를 내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강을 이용하는 사람이 점차 줄었다. 삼촌과 조카 두 사람의 영주는 경쟁적으로 통행료를 올렸으나 고객은 줄기만 했다. 황제의 잘못된 판단 때문에 영주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피해를 보고 말았다.(역주:독일에 전해오는 이와 비슷한 우화를 필자가 독점금지법 위반 판결을 받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분할 논의를 떠올리며 재정리한 내용.)

미국 법무부는 MS가 반성을 하지 않는다며 윈도 운영체제(OS)와 응용 소프트웨어 분야 등으로 ‘수평분할’하기로 작정한 것 같다. 필자는 MS의 위법 사실 유무를 따지는 것이 아니다. 분할에 따른 결과를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윈도값 올라 소비자 부담▼

빌 게이츠 MS 회장이 설령 법을 어겼다 해도 MS만이 아니라 대다수 대중이 피해를 보는 것을 정부가 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MS를 비판하는 이들도 MS 수평분할이 가져올 역효과를 우려한다. 회사가 분할되면 윈도 OS의 값이 오르고 현재 무료인 많은 응용 소프트웨어도 비싸게 팔 수밖에 없어 소비자의 부담이 늘어난다.

MS측은 그간 윈도 OS로 독점적 지위를 구축했으나 값을 높이지 않는 자제력을 보여 왔으나 분할이 되면 자제력은 사라지고 여전히 남아 있을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값을 높일 것이다.

물론 분할과 함께 가격을 높이지 못하도록 통제할 수도 있으나 정부가 가격통제 역할까지 맡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AT&T를 여러 개 회사(베이비 벨)로 분할한 것처럼 ‘수직분할’을 통해 윈도 OS를 판매하는 여러 회사(베이비 빌)로 쪼갤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분할된 회사간의 과열 가격경쟁을 초래해 사실상 지적재산권을 빼앗는 것과 마찬가지다. 베이비 벨은 각자의 사업영역이 있었으나 베이비 빌은 같은 제품을 판매하기 때문이다.

▼SW 호환성 사라질수도▼

베이비 빌이 상품 차별화를 위해 윈도 OS를 변형하다 보면 MS의 윈도 OS 시장독점체제가 갖고 있던 장점인 소프트웨어의 호환성이 사라질 수 있어 소비자가 큰 피해를 볼 것이다.

빌 게이츠 회장과 MS를 제재하는 것이 마땅하다 해도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MS의 얼굴에 침을 뱉기 위해 내 코를 잘라내는 어리석은 일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정리〓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