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一場春夢

  • 입력 2000년 4월 27일 19시 11분


春困症(춘곤증)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봄만 되면 나른해지는데 점심이라도 먹고 나면 졸기 십상이다.

어떤 때는 꿈까지 꾸게 되는데 신선이 되는가 하면 천하를 호령해 보기도 한다. 또 一攫千金(일확천금)으로 고래등 같은 집에서 비단 옷을 입고 ‘여봐라!’하고 떵떵거리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일 뿐, 깨고 나면 한 바탕 꿈, 초라한 자신의 모습에 쓴웃음을 짓는다. 이래저래 봄날의 꿈은 허망함만 안겨주는 것 같다.

蘇東坡(소동파)가 늙어서의 일이었다. 표주박 하나만 달랑 맨 채 교외를 한가롭게 거닐다가 한 老婆(노파)를 만났다. 그 노파는 소동파의 모습을 보고 놀라 탄식하듯 말했다.

‘맞아! 지난날의 富貴榮華(부귀영화)는 한 낫 一場春夢일 뿐이야.’

어제까지만 해도 筆鋒(필봉)을 휘둘러 명성을 천하에 떨쳤던 蘇東坡였건만 이젠 늙어 초라해진 모습으로 悠悠自適(유유자적) 걷고 있을 뿐이다.

그 노파는 蘇東坡를 통해 인생의 참모습을 느꼈는지도 모를 일이다.

富貴榮華가 무엇이기 아웅다옹 야단들인가. 결국 늙고 나면 저 소동파 처럼 한낫 老軀(노구)나 간신히 부지하는 인간의 참 모습으로 돌아오지 않는가. 인생은 그저 一場春夢일 뿐이니.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동지섣달 긴긴 밤에 꾸는 꿈이라면 그나마 榮華(영화)도 길테지만 나른한 봄날 春困症 때문에 살짝 낮잠에 빠졌다가 꾼 꿈은 그야말로 잠시가 아닌가. 그렇다고‘아니 놀지는 못하리라!’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지금은 허리띠 졸라매고 다시 시작해야 할 때가 아닌가.

鄭錫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478sw@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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