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스월드]메이시 그레이/'검은 리듬'에 담은 영혼의 소리

  • 입력 2000년 4월 25일 19시 49분


카를로스 산타나(53)의 노익장이 여전히 미국 팝계를 뒤흔들고 있지만 한쪽에서는 브리트니 스피어스(18), 크리스티나 아길레라(19) 등 이쁘장한 틴에이저들이 자신들만의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이 틈을 비집고 뛰어나지 않는 외모로, 그것도 29세의 늦깎이로 지난해 데뷔한 흑인 여가수가 최근까지 좋은 반응을 얻으며 ‘롱런 채비’를 하고 있다. R&B(리듬 앤 블루스) 싱어송라이터 메이시 그레이(Macy Gray). 지난해 여름 발매한 데뷔 앨범 ‘On How Life is(인생에 대하여)’ 중 두 번째 싱글 커트된 ‘I Try(해 볼께요)’가 빌보드 차트 진입 10주만인 지난주 7위에 올랐다. 앨범 판매는 200만장을 넘어섰다.

그레이의 음악적 코드는 R&B를 바탕으로 힙합과 레게 소울 등 흑인 류의 장르를 한데 뭉뚱그린 ‘검은 리듬감’. 하드코어와 갱스터 등으로 갈라진 흑인 힙합의 유사 장르들을 ‘용광로’처럼 녹여낸다.

가벼운 재즈 협연을 연상케하는 ‘Why Didn’t You Call Me?(왜 전화안했어?)’를 시작으로, 전형적인 R&B 발라드인 ‘I Try’와 가스펠 풍의 애절한 보컬이 주조를 이루는 ‘I Can’t Wait to Meeychu(빨리 만나고 싶어)’까지…. 장르를 구분하기 힘든 ‘흑풍(黑風)’의 연속이다.

게다가 그레이가 모두 직접 쓴, 비밀스런 일기장을 들춰보는 듯한 가사는 다소 신경질적이면서도 까칠한듯한 그의 목소리에 얹어져 인생에 대한 관조마저 느끼게 한다. “Games, changes and fears/ When will they go/…I Believe that the fate has brought us here…(장난 변화 공포는 언제쯤 떠날까…/운명이 우리를 예 있게 했다고 난 믿어… )”(‘I Try’ 중).

팝 칼럼니스트 송기철씨는 “흑인 음악의 요체인 ‘그루브’(groove·흥)에다 인생에 대한 농익은 시선까지 가진 메이시 그레이는 요즘 등장한 신인 중 상업적 팝 시스템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자생력을 지닌 얼마 되지 않는 뮤지션”이라고 평했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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