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의 음악적 코드는 R&B를 바탕으로 힙합과 레게 소울 등 흑인 류의 장르를 한데 뭉뚱그린 ‘검은 리듬감’. 하드코어와 갱스터 등으로 갈라진 흑인 힙합의 유사 장르들을 ‘용광로’처럼 녹여낸다.
가벼운 재즈 협연을 연상케하는 ‘Why Didn’t You Call Me?(왜 전화안했어?)’를 시작으로, 전형적인 R&B 발라드인 ‘I Try’와 가스펠 풍의 애절한 보컬이 주조를 이루는 ‘I Can’t Wait to Meeychu(빨리 만나고 싶어)’까지…. 장르를 구분하기 힘든 ‘흑풍(黑風)’의 연속이다.
게다가 그레이가 모두 직접 쓴, 비밀스런 일기장을 들춰보는 듯한 가사는 다소 신경질적이면서도 까칠한듯한 그의 목소리에 얹어져 인생에 대한 관조마저 느끼게 한다. “Games, changes and fears/ When will they go/…I Believe that the fate has brought us here…(장난 변화 공포는 언제쯤 떠날까…/운명이 우리를 예 있게 했다고 난 믿어… )”(‘I Try’ 중).
팝 칼럼니스트 송기철씨는 “흑인 음악의 요체인 ‘그루브’(groove·흥)에다 인생에 대한 농익은 시선까지 가진 메이시 그레이는 요즘 등장한 신인 중 상업적 팝 시스템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자생력을 지닌 얼마 되지 않는 뮤지션”이라고 평했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