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커룸]멀쩡한 공 왜 바꾸나 했더니…

  • 입력 2000년 4월 21일 13시 42분


야구공은 커야 좋을까 작아야 좋을까. 투수 입장에서는 공을 꽉 잡을 수 있게 작아야 좋고 타자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큰 것이 좋다.

지난해 두산투수 이광우는 변화구를 제대로 구사하기 위해 손가락 사이를 찢는 수술을 받기도 했다. 불행히도 얼마 안가 손가락 사이에 새살이 돋아 이같은 시도가 실패로 끝났지만….

어쨌든 공의 크기는 선수들에겐 민감한 사항.

20일 LG와 롯데의 경기가 벌어지기 직전의 잠실구장. 한국야구위원회(KBO) 김찬익 심판위원장과 정동진 경기운영위원 그리고 2개 공인구 생산업체 대표가 모여 회사별로 36개(3타)씩 72개의 공둘레를 일일이 재기 시작했다. 공인구의 크기가 제각각이라는 문제 제기가 있었기 때문.

결과는 72개중 둘레가 22.9∼23.5㎝로 규정에 맞는 것은 불과 41개 뿐. 규정에 어긋나는 31개중 큰 경우는 7개였고 나머지 24개는 규정보다 작았다.

경기중 주심에게 멀쩡한 공을 자꾸 바꿔달라고 요구하는 투수들이 있는 게 사실. 이것은 투수들이 보다 손에 잘 들어오는 작은 공을 고르기 위해서라는 풍문이 그냥 소문만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국민타자’ 이승엽은 한창 잘 맞을 때 야구공이 수박만하게 보이고 108땀의 솔기가 그대로 보인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본인의 피나는 노력 탓.

단지 공인구의 크고 작음에 따라 투수나 타자의 성적이 좌우된다면 이것같이 불합리한 경우가 어디 있을까. 야구공은 만인에게 똑같아야 한다.

<전창기자>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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