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 21세기 비전]원불교 강남교당 '무아봉공'

  • 입력 2000년 4월 20일 19시 59분


무의탁 나환자들의 요양원인 경기 의왕시 ‘성 라자로 마을’에 입원 중인 100여 환자들은 매년 2월9일 단체로 생일잔치를 갖는다. 연고가 없어 특별히 생일을 차려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라자로 마을의 운영에 힘썼던 고 이경재신부의 생일을 공동생일로 정한 것이다.

천주교 수원교구 유지재단에 속한 이 라자로마을에 25년간 해마다 찾아와 음식을 차려주는 사람이 있다.

주인공은 원불교 강남교당 박청수교무. 박교무가 1981년부터 서울 서초구 양재동 원불교 강남교당에서 일한 뒤로는 강남교당 교도들과 함께 온다. 천주교 단체에서 운영하는 곳에 원불교 교도들이 지극 정성을 다해 봉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박교무는 올해도 1월28일 원불교 강남교도들과 함께 찾아와 민속무용 공연까지 했다.

박교무와 원불교 강남교당은 또 캄보디아 고아돕기 및 지뢰피해자 돕기 후원, 인도 카슈미르주 마하보디 불교기숙학교 설립, 베트남 라이따이한 돕기 등 많은 곳에서 봉사활동을 펼쳤다. 때로는 성금으로, 때로는 현지 봉사활동으로. 그곳 사람들은 그래서 박교무를 ‘한국의 데레사수녀’처럼 섬긴다.

박교무는 “종교, 인종, 지역의 차이를 떠나 봉사하라는 원불교의 가르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원불교에서는 세상의 궁극적인 진리를 ‘일원(一圓)’이라고 설명한다. 진리는 하나로 통하며 원만하고 구족하다는 뜻이다. 세상 사람들은 다같은 우주의 진리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가족이므로 화합해서 살자는 가르침이다.

박교무와 교도들은 이같은 가르침을 토대로 ‘무아봉공(無我奉公)’의 정신을 강조한다. 개인이나 가족만을 위하려는 태도를 버리고 다른 사람을 위해 봉사해야한다는 것이다.

정기적으로 법회와 좌선을 통해 마음을 가다듬는 원불교 강남교도들중에는 ‘유무념 시계’를 차고 있는 이도 있다. 정신을 올바로 차리고 마음을 제대로 다스렸을 때, 그렇지 못했을 때를 숫자로 표시할 수 있도록 개발한 시계다. 강남교당 교도는 약 300명.

박청수교무는 신도들에게 늘 이같이 말한다.

“물질에 너무 휩쓸리다 보면 정신이 혼탁해지고 내면이 부실해 집니다. 정신을 맑게 지니고 타인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21세기 참 종교인의 갈 길이요 그것이 바로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원불교 창시자 소태산 대종사의 가르침을 실현하는 길입니다.”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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