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상장기업 1분기 성적]이젠 '실적이다'

  • 입력 2000년 4월 18일 19시 28분


요즘같은 폭락장세에서 ‘기업실적을 보고 투자하라’고 조언하면 관심을 끌기나 할까. 증권전문가들은 ‘투자심리가 워낙 위축돼있기 때문에 당장은 힘들지 않겠느냐’는 반응이다. 그렇지만 증권사 투자분석팀 애널리스트들은 기업들의 올 1·4분기(1∼3월)실적정보를 수집하는데 온 신경을 쏟고 있다.

지금은 과매도로 실적에 비해 주가가 형편없이 하락한 상태이지만,적어도 올 중반부터는 기업실적이 주가에 반영될 것으로 이들은 믿고 있다. 특히 올해부턴 상장기업들이 분기별로 실적을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하기 때문에 투자심리가 안정되면 실적에 따른 주가차별화 양상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실적호전 추세지속〓대한투신이 석유화학 철강 자동차 전자 등 핵심산업에 속한 주요 거래소기업의 올 1·4분기 실적을 추정한 결과,실적호전 추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석유화학의 경우 원유가 상승에 따른 원가부담에도 불구 △원재료 가격을 웃도는 제품가격 상승 △차입금축소에 따른 금융비용 감소 △부실사업정리 등 구조조정 효과가 가시화하면서 유화업계의 실적이 대폭 호전됐다.

또 철강업종은 자동차 조선 등 수요산업의 호조로 열연 냉연강판 제조 및 유통업체 중심으로 매출액 및 경상이익이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전기로업체의 경우 건설경기 회복이 더딘 가운데 공급과잉 여파가 아직 해소되지 않아 신장폭은 크지 않았다.

포철의 경우 1·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32%가량 증가했으나 포항공대 기부금납부(1400억원) 등으로 경상이익은 34% 감소했다.

자동차업종은 수출호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경기회복으로 대형차판매가 늘어나면서 내수판매도 크게 증가하는 상황. 금융업종의 경우 올해 흑자전환이 예상되지만 주가는 금융구조조정의 결과에 따라 움직일 전망이라고 대투측은 분석했다.

▽실적만 보면 주가는 상승해야〓대한투신이 상장사 311개사를 대상으로 올해 순이익을 추정한 결과,순이익이 24조원으로 작년의 19조7000억원에 비해 21.8%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대투 황명수기업분석1팀장은 “전자 철강 자동차 화학 등 국내 대표업종에 소속된 기업들은 실적호전으로 펀더멘틀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며 “이들 기업의 실적만 놓고 따지면 현 주가수준은 지나치게 저평가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 증시상황이 미국증시의 불안과 수급불균형으로 침체를 면치못하고 있지만,구조조정의 노력이 가시화되는 하반기를 목표로 장기승부를 걸면 승산이 있다고 덧붙였다.

▽실적호전은 가장 확실한 재료〓최근 1·4분기 실적을 발표한 기업들은 최근 침체장에서도 하락폭이 종합지수 낙폭에 비해 낮은 축에 낀다. 삼보컴퓨터 삼성정밀화학 성미전자 등 일부 하락폭이 큰 기업도 있지만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은 소폭이지만 주가가 오히려 상승했다.

서울증권 여인택연구원은 “실적호전이라는 가장 확실한 재료를 보유한 기업들은 시기가 문제일뿐 주가에 반영될 확률이 매우 높다”며 “단기적으로 주가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더라도 여유를 갖고 투자하면 투자수익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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