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백두대간에 새 생명을

  • 입력 2000년 4월 18일 19시 28분


산불이 났다해도 차마 그렇게까지 참혹한 상흔을 남길 줄은 몰랐다. 봄을 맞아 무르익어가던 청산의 푸르름은 간데 없고 산등성이, 골짜기마다 잿빛 상처를 안고 신음하고 있다. 그 모습이 마치 뼈만 앙상한 아사(餓死)직전의 어린이 가슴 같아 안쓰럽다. 한반도의 등줄기인 백두대간이 과연 언제쯤 울울창창(鬱鬱蒼蒼)한 제모습을 되찾을 것인가.

강원도 고성 강릉 삼척 동해와 경상북도 울진을 휩쓴 산불의 화상(火傷)은 너무나 크고 깊다. 7일부터 9일간이나 계속된 산불로 여의도의 47배나 되는 면적이 소실되고 이재민만도 850명이나 발생했다. 그 피해규모만도 수백억원에 이른다. 하루아침에 가옥이며 가축을 잃은 이재민과 삶의 터전을 앗겨버린 주민들의 허탈감과 실망감은 얼마나 클 것인가.

그러나 백두대간의 한허리를 불태운 산불은 단순히 울창한 산림만을 소실시킨 것이 아니다. 이곳에서 생을 영위해온 수많은 생명체의 서식처를 황폐화시키고 생태계를 뒤흔들어 놓았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상심에 잠겨 있을 수만은 없다. 피해주민들이 희망과 용기를 되찾도록 국민적 성원이 한데 모아져야 하며 중화상에 신음하는 백두대간을 되살리기 위한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하나로 뭉쳐져야 한다.

정부는 15일 영동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피해지역 지방자치단체와 합동으로 피해조사와 함께 이재민 구호, 영농지원, 세금과 학자금 감면 등의 복구작업에 나섰다. 각계 각층의 지원활동도 본격화하고 있다. 또한 피해지역 주민들도 숯덩이로 변한 삶의 터전을 다시 일구기 위해 일어섰다.

그러나 산림을 복구하고 생태계를 복원한다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민둥산으로 변해버린 산지는 당장 장마철이 되면 토사가 흘러내릴 것이고, 토양마저 자생능력을 잃어 본격적인 나무심기도 2∼4년이 지나야 가능하다. 더구나 생태계가 원래대로 복원되려면 짧게는 20년, 길게는 100년이나 걸린다. 산림의 복구는 방법론상 조림(造林)기법과 자연복원기법이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의 정성과 의지다. 여기에는 국토환경 보존에 대한 뜨거운 열정이 있어야 한다.

본보는 국내 5개 환경단체들과 더불어 이재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생태계 복원을 위한 기금모금운동에 나섰다. 이와 함께 ‘생명의 숲 가꾸기 국민운동’ 등 환경단체와 더불어 생태계 복원 방안에 대한 연구 작업도 지속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백두대간의 생태계를 되살리고 피해주민을 돕기 위한 운동에 국민 모두의 동참과 뜨거운 성원을 기대한다. 그것은 내일을 위해 희망을 심는 일이며 우리 모두의 값진 투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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