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강종만/'묻지마 투매' 共滅 부른다

  • 입력 2000년 4월 17일 19시 45분


지난 주말에 미국 증시의 주가지수가 사상 최대폭으로 하락하면서 금주에는 전세계적인 증시 침체가 우려되고 있다. 금요일 하루 동안 다우존스공업지수가 5.6%, 나스닥지수가 9.7%나 하락했다. 금요일의 주가하락도 문제지만 지난 1주일 동안 나스닥지수가 25.3%나 폭락해 이번 주가하락 사태가 단기간에 반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나스닥시장에서 인터넷 관련주 등 첨단기술주의 가격이 제조업 주가에 비해 보다 큰 폭으로 하락해 일반 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됐다. 그동안 많은 전문가들이 첨단기술주의 가격 급등을 우려했으며 작금의 가격하락은 그동안의 급등에 따른 반전으로 거품이 소멸되는 과정으로 생각할 수 있다.

미국증시에서 첨단주식의 높은 가격이 거품인지 또는 신경제에 기반을 둔 정상가격인지는 추후 연구할 과제다. 그러나 자본시장의 자유화와 세계화 물결에 따른 증권시장의 동조화 현상으로 미국증시의 폭락사태가 세계 각국 증시에도 직접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 증시도 월요일 개장 직후 11% 이상 하락했다.

한국 증시에서 주가하락은 미국시장에 비해 하락폭이 클 뿐만 아니라 투매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한국 증시에서 주가폭락은 미국 영향을 감안하더라도 과도한 것으로 판단된다. 작년 이후 외국인 투자자의 투자행태가 한국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증가하고, 증권시장의 동조화 현상이 심화된 점을 감안하더라도 미국 다우존스지수 5.6% 하락에 따라 한국종합주가지수가 11%나 하락한 현상은 우리 증시의 기반이 너무나 취약하다는 점과 냄비경제의 문제점을 새삼 부각시킨다.

작년 말에 비해 지난 주말의 미국 다우존스공업지수는 10.4% 하락했지만 한국 종합주가지수는 이미 22.1%나 하락했다. 한국 증시에서 이러한 가격하락은 외국증시의 영향도 있지만 내부적으로 투신사 등 기관투자가의 매도에 기인한 것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오늘의 주가폭락은 미국증시의 폭락이라는 외부적인 요인과 취약한 수요기반, 그리고 투자자의 불안심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외부 요인이 증폭된 것으로 생각된다. 지난 1년간 국내 제조업은 수익성이 급격히 개선되어 사상 유례없는 큰 이익을 기록했으나 주가가 하락했다. 금융산업의 구조조정으로 투신사 종금사 등 금융기관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하고 이들의 수신고가 급감해 증시에서 기관투자가의 역할이 위축돼 주가하락을 유발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증시의 폭락이라는 외부요인이 우리 증시를 강타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한국 제조업은 기업구조조정 등 정책당국과 당해기업의 노력에 힘입어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수익성이 뚜렷하게 향상됐다. 그러나 금융산업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와 투신사 등 기관투자가의 취약성으로 말미암아 외국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돼 있었다.

따라서 일반투자자들은 미국의 주가폭락 사태에 과민하게 반응하지 말고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여 투매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 물론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로 주가가 더욱 하락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기업의 수익성이 향상되고 외국인투자자의 자금회수로 원화 환율이 절하된다면 수출기업의 수익성도 향상돼 장기적으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제조업의 장래는 보다 나아질 것이다.

또한 정부도 투자자의 불안심리를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 총선 직후 어수선한 시점에서 미국증시의 폭락이라는 대형 악재를 내부적으로 흡수할 수 있도록 일반투자자의 투자심리를 안정시켜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산업 구조조정에 대한 일반투자자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조치가 마련돼야 하며 투신사 구조조정 등을 통해 증시의 수요기반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강종만(한국금융연구원 비은행금융기관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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