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스톡옵션 巨富꿈' 하루새 산산조각

  • 입력 2000년 4월 17일 19시 08분


미국 뉴욕 증시의 주가 대폭락으로 이른바 ‘스톡옵션의 꿈’이 무너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지는 16일 “상대적으로 낮은 연봉이지만 스톡옵션을 받고 자리를 옮긴 인터넷 회사 직원들이 최근 주가폭락으로 일반 회사의 동료들보다 갑자기 가난해졌다는 현실 앞에서 실의에 잠겨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에 있는 인터넷기업 ‘웹메소드’의 직원들은 불과 며칠 전만 해도 회사일 때문에 주가에 관심을 기울일 여유조차 없었지만 지금은 거의 일손을 놓고 있다. 이 회사 주가가 지난주 60% 이상 폭락하면서 간부와 직원 300여명이 가진 스톡옵션의 가치도 8억4000만달러(약 9조2400억원)나 날아가 버렸기 때문.

다른 인터넷회사의 직원들도 그동안 주가 상승세를 타고 지역 경제와 부동산 및 자동차시장의 ‘큰 손님’으로 행세해 왔지만 하루 만에 폭락한 주가에 충격받아 모든 지출을 줄이려고 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인터넷 회사의 스톡옵션제도와 높은 주가는 회사에 눈부신 성장을 약속했고 직원들에게는 열심히 일하게 하는 촉진제였다. 직원들은 “나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었다. 큰 집에서 살면서 아이들은 사립학교에 보내고 고급 자동차에 요트 휴가를 갈 수 있다는 꿈을 꿨다.

이 신문은 “그러나 지난주 주가 폭락으로 이들의 희망은 암울한 현실로 한 순간에 바뀌었다”며 “이미 큰 집과 새 차에 대한 희망을 포기했고 상대적 빈곤감마저 강하게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에 있는 한 인터넷회사의 전문경영인 조너선 레드키는 “인터넷회사 직원들은 그동안 일반 회사 동료에 비해 평균 1만∼2만달러가 적은 연봉을 받으면서도 스톡옵션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믿음으로 버텨왔지만 이제는 허탈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터넷회사 ‘파워라이즈’의 에드윈 애디슨 사장은 “직원들이 주당 12달러짜리 스톡옵션 5000주를 가졌다는 것은 현금 6만달러가 아니라 나중에 그 정도의 가치를 갖게 될 것이라는 기대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지는 “미국에서 스톡옵션을 받은 사람은 10만명이 넘었지만 이제 스톡옵션은 마치 사막의 신기루처럼 변해가고 있다”고 전했다.

<백경학기자> 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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