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화제]'제2의 홍수환' 떴다… 아들 내달 데뷔전

  • 입력 2000년 4월 17일 19시 08분


서울 동작구 사당동 총신대 입구역 근처의 21세기 프로모션 세기권투체육관에는 열흘전부터 구슬땀을 흘리며 열심히 글러브질을 하고 있는 젊은이가 있다.

머리엔 젤리를 바르고 귀고리를 한 신세대. 자세히 보면 눈매가 누군가를 꼭 빼닮았다.‘영원한 챔프’ 홍수환(50). 70년대 세계 복싱계를 호령했던 그의 아들이 대를 이어 챔프의 꿈을 키우고 있어 화제다.

대니 홍(22). 하와이 태생으로 어려서부터 줄곧 미국 생활을 한 탓에 한국 이름인 대호보다는 대니로 불리는 그는 홍수환과 전처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장남이다. 옥희와의 결실인 윤정보다는 생일이 불과 41일 빠르다.

이런 그가 로스앤젤레스의 패서디나 대학을 중퇴하고 7일 미국에서 건너왔다. 이유는 단 하나. 챔피언이 되기 위해서다.

오기로 똘똘 뭉친 당대 최고의 테크니션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탓인지 허공을 가르는 주먹이 여간 매섭지 않다. 체격도 키 1m78에 평소 체중 68㎏으로 밴텀급(53.5㎏)에서 뛰었던 아버지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 더욱 중요한 것은 아버지의 오기와 근성, 심지어는 다혈질인 성격까지 빼닮은 것.

프로데뷔 일정도 벌써 잡혔다. 5월28일 동양웰터급챔피언 윤석현의 타이틀전에 앞선 주니어 웰터급 오픈경기. 그러나 상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홍수환의 아들이라고 상대들이 지레 겁을 집어먹은 탓이다.

대니가 복싱에 입문한 것은 홍수환이 ‘4전5기의 신화’를 이룰 때 제물이었던 카라스키야와 파나마에서 21년만에 역사적인 재회를 한 98년 11월. 홍수환은 복싱을 하겠다는 아들의 굳은 의지를 확인하고는 더 이상 말릴 수가 없었다.

“복싱을 시키지 않으려고 대니에게 어릴 때는 야구를, 고교때는 미식축구를 시켰어요. 그런데 피는 못 속이는 모양이에요.” 결국 홍수환은 대니를 자신이 잘 아는 로스앤젤레스 복싱 클럽에 소개를 해줬다.

마침 이 곳은 무하마드 알리의 딸 라일라가 데뷔전을 앞두고 몸을 만들고 있던 곳. 대니는 라일라와 함께 더비 코치 문하에서 복싱을 배웠다. 세계 챔프의 2세라는 이유로 둘은 자연스럽게 스파링도 자주 같이 할 정도로 가까워졌다.

1년여의 수업 끝에 한국에 온 대니는 곧바로 윤석현의 스파링 파트너가 됐다. 그런데 트레이너인 홍수환조차 깜짝 놀랄 일이 벌어졌다. 스파링을 해본 윤석현은 “이 정도면 바로 데뷔전을 치러도 괜찮겠다”고 대니를 격려했던 것.

“보름전 조오련의 아들이 대를 이어 수영 한국신기록을 세운 것을 보고 눈물을 흘렸어요.대니는 아들이기 전에 후배지만 한국 복싱이 70년대의 인기를 되찾으려면 홍수환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으면 해요.” ‘옥희 엄마’ 집에서 이젠 푸근함을 느낀다는 대니의 데뷔전 결과가 궁금해진다.

<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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