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국내 증시 붕괴 우려…사상 첫 거래 일시중단

  • 입력 2000년 4월 17일 19시 07분


미국 증시의 폭락 한파가 몰아치면서 17일 국내 주식시장은 장중 100포인트 이상 급락하는 사상초유의 폭락장이 펼쳐졌다.

개장직후 투자가들이 일시에 투매에 나서면서 종합주가지수는 10% 이상 급락, 증시 사상 처음으로 서킷 브레이커(매매거래 일시중단)가 발동되는 등 주식시장은 거의 공황상태에 빠졌다. 종합주가지수는 개장 직후 80포인트 이상 폭락세로 출발한 뒤 오후장 한때 100포인트 이상 하락폭이 확대되는 등 초약세장이 펼쳐졌으며 결국 지난 주말 종가보다 93.17포인트 (11.63%)떨어진 707.72로 장을 마감했다. 오후 2시35분경에는 지수가 699를 기록하면서 700선이 한때 붕괴되기도 했다.

하루중 하락폭과 하락률은 국내 증시사상 최대치였으며 이날 폭락으로 종합주가지수는 작년 5월25일(698.69포인트)이후 11개월만에 최저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매매가 일시적으로 중단되는 서킷 브레이커는 개장직후 하락폭이 90포인트 이상 확대되자 오전 9시4분31초에 처음으로 발동됐으며 이후 20분간 매매거래가 중단됐다.

9시24분경 동시호가로 매매가 재개되면서 다소 하락폭이 줄어드는 듯 했으나 오전장 막판부터 반등시도가 실패한데 따른 실망매물과 우선 팔고보자는 투매성 물량이 쇄도하면서 하락폭이 100포인트 이상 벌어지기도 했다.

외국인들은 이날도 1557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우는 등 12일 이후 3일째(거래일 기준) 순매도 공세를 펼쳤으며 개인들도 1238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반면 그동안 파는데 급급하던 투신사들은 이날 244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으나 하락폭을 좁히는데는 역부족이었다.

이날 하락종목은 하한가 266개 등 무려 838개로 올들어 가장 많았으며 상승한 종목은 상한가 17개 등 45개에 불과했다.

한편 코스닥시장도 개장하자마자 전업종에 걸쳐 투매성 물량이 쏟아진 끝에 지난 주말 종가보다 22.33포인트(11.40%) 폭락한 173.54포인트를 기록, 1월17일의 연중최저치(178.5포인트)를 하향돌파했다. 코스닥시장의 하루중 하락률과 하락폭 역시 사상최대치를 경신하는 최악의 기록이었다. 하락종목은 438개로 코스닥시장 개설 이래 가장 많았다.

증권전문가들은 “증시의 버팀목이던 외국인마저 순매도로 돌아서면서 시장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며 “미국증시의 반등없이는 국내 증시의 회복 가능성도 지금으로선 별로 없다”고 우려했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서킷 브레이커란?▼

17일 국내 증시사상 처음 발동된 서킷 브레이커(Circuit Breakers)는 주식시장에서 주가의 하락폭이 갑자기 커질 경우 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줄이기 위해 주식매매를 일시 정지시키는 제도. 98년 12월7일 도입됐으며 종합주가지수가 전일대비 10%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될 경우 발동된다.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되면 20분 동안 모든 종목의 호가 접수 및 매매거래가 정지되며 이후 10분 동안 동시호가를 접수, 단일가로 매매처리한다. 현물시장에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되면 선물시장과 옵션시장도 자동적으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다. 주가폭락으로 인한 매매정지는 하루 한차례만 가능하다.

코스닥시장에선 1월 서킷 브레이커 규정이 신설됐으나 12월1일부터 적용키로 돼있어 이날 폭락에도 불구하고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되지 않았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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