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블랙먼데이후 장세 전망-코스닥 당분간 충격불가피

  • 입력 2000년 4월 17일 15시 07분


사상 최대의 주가 폭락을 기록한 '블랙 먼데이'이후 주식시장은 어떻게 될까.

미국 뉴욕 증시의 급락 여파로 국내 증시도 17일 사상처음 서킷 브레이크가 발동되는등 찬바람이 거세게 일면서 향후 장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단기적으로 미국 나스닥 시장 동향이 국내 증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장세 대응이 어려울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거래소 시장의 경우 중장기적으로는 미국증시의 충격에서 벗어나 차별화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국내증시는 일단 미국 증시와 이에따른 외국인투자자들의 매매 동향에 속절없이 끌려갈 전망이다.3월중 소비자물가지수의 급등에 따른 인플레 우려에서 촉발된 미국 뉴욕증시의 하락세가 17일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어서 국내 증시도 당분간 하락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게 증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마이다스자산운용의 김기환 상무는 "미국 증시가 금리 인상 우려등으로 조정장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미국 증시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되어있는 국내 증시도 심리적 불안감이 장을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신영증권 장득수 조사부장은 특히 17일 미국 증시의 동향이 국내 증시에도 고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외국인투자자들의 매매동향이 장세를 좌우할 주요 변수로 꼽히고 있다.국내 기관투자자들이 아직 투자여력을 회복하지 못한 형편에서 시장을 주도하던 외국인들이 본격적으로 '팔자'에 나설 경우 시장이 맥없이 휘청거릴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은 지난12일부터 순매도로 돌아서 17일까지 개장일기준 3일연속 매일 1천억원 이상씩 팔아 치웠다. 미국 나스닥시장의 급락과 국내 총선 결과등으로 국내 증시 전망이 밝지않은 상황에서 보유주식의 취득가가 아직도 현시세에 비하면 낮아 매매차익을 낼 수 있는 외국인들이 주식보유 비중을 계속 낮추고 있는 것이다.

살로먼스미스바니환은증권의 전용배 부장은 "글로벌테크펀드가 미국 나스닥시장에서 주식을 대량 매도한 여파로 한국의 기술주에 대한 편입비중이 2%선에서 5%대로 높아져 한국내 주식을 팔아야하는 부담까지 생겨 해외펀드는 삼성전자,SK텔레콤등 한국의 대표적인 기술주들도 매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증시 전망이 아주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미국 나스닥시장의 폭락은 그동안 주가가 지속적으로 오른 기술주들의 실적이 뒷받침되지 못한 것이 주 요인이지만 국내 거래소시장의 대형 우량주들은 실적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하락세가 곧 저지될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있게 나오고 있다.

현대증권 오현석 연구원은 "삼성전자,SK텔레콤등 거래소의 대형우량주는 수익성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주가의 하방 경직성이 나타날 것"이라며 "국내 증시의 경기 상승세 지속과 이에따른 우량주들의 실적이 확인되면서 미국증시와 차별화를 이루는 모멘텀을 찾을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따라 실적이 뒷받침되는 삼성전자,SK텔레콤등 대형우량주는 시장 상황을 봐가며 장기적 관점에서 저점 매수하는 것도 고려해볼만 하다는 조언이다.

동양증권 서명석 투자전략팀장도 미국 나스닥시장의 불안이 국내 증시에 이미 대부분 반영되고 있어 나스닥시장이 반등할 경우 국내 증시도 빠른 속도로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국내 증시중에서도 코스닥시장은 등록 종목들의 실적이 아직 미약하고 미국 나스닥의 영향력이 거래소시장에 비해 훨씬 강력하며 선물거래등 헤지수단도 거의 없어 나스닥 폭락의 충격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박승윤<동아닷컴 기자>park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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