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강혁, 새천년 새로운 야구인생 설계

  • 입력 2000년 4월 17일 11시 33분


`비운의 스타' 강혁(26.두산)이 지난 세기 암울했던 기억들을 훌훌 털고 새천년 새로운 야구인생을 설계하고 있다.

뛰어난 야구 재능에도 불구하고 프로야구 최초의 영구실격선수로 6년동안이나방황해야 했던 강혁은 올시즌 초반 매서운 방망이를 휘둘러 아마시절 `최고 타자'라는 명성을 재현하고 있다.

강혁은 지난 해 후반기에야 프로야구에 발을 디딘 2년생에 불과하지만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어려운 질곡의 세월을 보냈다.

신일고시절 초특급 타자로 스카우트의 표적이 됐던 강혁은 93년초 한양대와 OB베어스(두산의 전신)의 이중 등록 파문에 휩싸여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영구실격 선수로 공시됐다.

97년 봄 한양대를 졸업하고도 프로 진출이 가로막혀 2년여를 실업팀에서 전전긍긍했던 강혁은 99년초 프로와 아마야구의 해빙무드에 힘입어 꿈에 그리던 복권이 성사됐지만 예기치 못한 부상이 그를 덮쳤다.

그 해 봄 두산의 쓰쿠미 스프링캠프에 참가했던 강혁은 지나치게 의욕을 앞세우다 어깨를 다쳤고 시즌 막판까지 제 컨디션을 찾지 못했다.

후반기 간간이 대타로 출장했지만 20타수 3안타로 타율 0.150의 참담한 성적을남겼다.

더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던 강혁은 지난 겨울 다시 한번 이를 악물었다.

90㎏ 안팎에 머물렀던 체중이 7㎏이상 빠지도록 강훈을 거듭한 끝에 타격감이되살아났고 프로 투수들의 다양한 변화구에도 적응력이 생겼다.

김인식 감독의 신임을 얻어 올시즌 개막전부터 주전 1루수를 꿰찬 강혁은 연일맹타를 휘둘러 17일 현재 타율 0.395로 전체 랭킹 5위에 올라 있다.

그러나 강혁은 "이제야 길이 뚫렸다는 느낌이지만 아직 안심할 수 없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다.

강혁은 프로 2년생이지만 지난 해 23타석에만 등장해 KBO 신인 규정(5시즌 동안투수는 30이닝, 타자는 60타석 이하)에 따라 올 해도 신인왕 후보 자격이 유효하다.

새천년 재기의 몸부림을 치고 있는 강혁이 89년 박정현, 95년 이동수에 이어 프로야구 통산 3번째로 중고 신인왕에 올라 자신의 야구인생을 꽃피울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천병혁기자·연합뉴스] shoeless@yonhap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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