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그림으로 못다한…'음악회 여는 원성스님

  • 입력 2000년 4월 17일 07시 56분


《‘영원한 동승(童僧)’ 원성 스님이 그림으로 못다한 이야기를 노래로 들려준다. 5월1∼3일 오후 7시30분 서울 종로5가 연강홀에서 수원포교당(주지 성관)의 가릉빈가 소년소녀합창단과 함께 여는 음악회 ‘원성 스님의 그림으로 못다한 동승의 노래’.

음악회에는 스님의 오랜 친구인 가수 겸 작곡가 노영심과 법고로 이름난 도반(道伴) 하유 스님도 우정출연한다. 원성 스님은 자신의 그림을 슬라이드로 보여주고 어린이 합창단원과 전래동요를 부르며 즐겁게 뛰어노는 순서도 마련한다.티켓 예매 및 공연 문의 02―582―4131.

해맑은 얼굴의 동승 그림으로 화단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준 데 이어 지난해 8월 시화집 ‘풍경’(이레)으로 베스트셀러 작가 대열에 들었던 그를 인터뷰했다.》

―공연을 하게 된 동기는.

“불교음악 작곡가 유익상씨가 올 2월 내 책에 수록된 자작시에 곡을 붙이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해 왔다. 흔쾌히 동의했더니 소식을 듣고 수원포교당의 성관스님이 가릉빈가 소년소녀합창단과 함께 공연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셨다. 공연은 시화집 ‘풍경’을 토대로 ‘출가’, ‘산사에서’, ‘깨달음을 찾아서’, ‘열린 마음으로의 삶’ 등 4장으로 구성된다. 부처님 오신 달에 어린이와 함께 하는 무대라 너무 즐거울 것 같다.”

―이번 공연에서는 어떤 역할을 맡는가.

“공연을 진행하면서 자작시를 낭송하고 그림에 대해 설명한다. 또 독창도 하고 아이들과 합창무대도 꾸미려고 한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노래를 부른 적이 있는가.

“내 이름을 내건 음악회는 처음이지만 몇차례 있다. 노영심씨의 호암아트홀 콘서트 때 객석에 앉아 있다가 무대로 불려올라가 즉석에서 ‘희망사항’을 불렀고 이해인 수녀님의 출판기념회 때도 주위의 성화에 못이겨 노래를 불렀다.”

―올 2월 중앙승가대 사회복지학과 졸업 후 어떻게 지냈는가.

“김제 금산사에서 한달간 기도를 마친 뒤 작업실로 와보니 내 인터넷 홈페이지(www.pungkyung.co.kr)에 편지가 1만5000통이나 와 있었다. 한달 반 동안 매일 컴퓨터 앞에 앉아 답장을 쓰고나서 ‘풍경’의 중국어판 출간을 위해 대만을 다녀왔다. 즐거운 경험도 있었다. 탤런트 김혜수씨가 나와 함께 TV 프로그램 홍보물을 찍고 싶다는 제의를 해왔었다. 해남 미황사에서 촬영했는데 내 고집대로 하다보니 너무 불교 냄새가 짙어 방송이 안됐다고 한다. 최근에는 인터넷 회사의 CF를 촬영하기도 했다.”

―수행승으로서는 지나치게 ‘대중적 인기’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현각스님도 얼마전 은사스님으로부터 묵언 금족령을 받고 ‘근신’중인데….

“그렇다.졸업 후 산사에 들어가서 공부에 전념하겠다는 약속을 한달 만에 깬 것같아 낯이 뜨겁다. 그러나 주위의 요청을 다 거절하기도 어렵고 한편으로는 포교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으로 수락하곤 한다. 이번에 찍은 CF도 불교의 이미지를 높이는 내용이어서 응한 것이다.”

―얼굴이 널리 알려지고 난 뒤 달라진 것은.

“너무 힘들다. 예전에는 길거리에서 떡볶이나 오뎅을 자주 사먹었는데 요즘은 그 즐거움도 없어졌다. 또 대중목욕탕에서도 벌거벗은 채로 인사하는 사람이 많아 민망해 못간다.”

―그림이나 책 판매로 번 돈은 어디에 쓸 것인가.

“일단은 모두 저축해 놓았다. 나는 사회복지학을 전공했고 1급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따놓았다. 돈이 생길 때마다 어려운 곳에 기부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더 큰 꿈인 복지사업에 쓰고 싶다. 지금도 중고교 후배 등 12명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다.”

<전승훈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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