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강혁 '본색노출' 임박

  • 입력 2000년 4월 14일 18시 17분


몇 년전 미국 프로야구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벅 쇼월터감독은 8-6으로 앞선 8회말 2사 만루에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강타자 배리 본즈를 고의 4구로 내보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당시 쇼월터감독은 야구는 확률게임이다.본즈에게 안타를 맞아 역전을 허용하느니 1점을 주더라도 정확성이 떨어지는 다음타자를 잡으면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 밝혔다. 작전은 그대로 맞아 떨어져 애리조나는 8-7로 승리를 따냈다.

국내에서도 배리 본즈처럼 만루에서 고의 4구를 얻어내는 타자가 있었다.현재 두산에서 뛰고 있는 강 혁(26)이 그 주인공.

91년 고교최고의 타자에게 주는 이영민타격상을 수상하고 청소년대표와 국가대표 등 엘리트 코스 를 거친 강 혁은 한양대시절 연세대 임선동(현 현대)으로부터 만루에서 고의 4구를 얻어낼 정도로 상대를 벌벌 떨게 하는 타자였다.

두산의 김동주와 함께 좌 강혁,우 동주 로 불리며 아마야구계를 주름잡았던 거포.이중계약 파문으로 영구제명됐다가 극적으로 구제된 그가 이제 프로야구마저 호령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13일 현재 25타수 11안타로 타율 0.440.현대 퀸란(0.538)과 삼성 프랑코(0.462)에 이어 국내선수론 가장 높은 타격 3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려놓았다.아직 홈런은 없지만 팀이 꼭 필요할때마다 왼쪽,오른쪽으로 요긴한 안타를 뽑아내고 있다.

지난해 프로적응 실패와 왼쪽 어깨부상으로 15경기에서 고작 20타수 3안타(0.150)에 그쳤던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다.

올초 시범경기때만 해도 분명히 잡아당겼는데 타구가 밀려 왼쪽으로 안타가 나오더라 며 배트 스피드가 생각대로 안 따라줘 답답해하던 강 혁은 경기를 치를수록 조금씩 타격감이 나아지고 있다 고 반긴다.

하지만 아직 성에 안 차는 모습.

같은 팀 유니폼을 입고 있지만 은근히 김동주와 라이벌의식을 갖고 있는 그는 아마때 같이 뛰었던 (김)동주가 프로에서 벌써 대타자로 성장해 있는 걸 보고 솔직히 놀랐다 며 지금은 동주와 비교가 되지 않지만 1,2년 안에는 나도 정상궤도에 오를 자신이 있다 고 밝혔다.

과연 프로에서도 좌 강혁,우 동주 시대가 올지 지켜볼 일이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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