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故정신영기자 부인 장정자 대한적십자사부총재

  • 입력 2000년 4월 13일 19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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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은 동아일보 국회출입기자, 유럽특파원 등으로 활약했던 고 정신영(鄭信永)기자의 38주기. 기일을 앞두고 만난 고인의 부인 장정자(張貞子·66) 대한적십자사 부총재는 “매년 그랬던 것처럼 올해도 남편의 옛 동료, 가족끼리 조촐한 추모예배만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59년 함부르크대에 유학 중이던 정기자와 독일에서 결혼해 남편이 장폐색으로 돌연 세상을 떠나기까지 함께한 시간은 불과 3년. 그러나 결혼 전까지 전공인 첼로와 가족밖에 몰랐던 장부총재는 남편의 기사를 스크랩하며 “비로소 내 밖의 세상에 대해 눈떴다”고 했다. “자유당에 비판적인 기사 한 건 썼다가 테러단에 쫓겨다니고, 동료들과 밤새워 토론하느라 박봉은 술값으로 다 날리고…. 남편이 얼마나 신나게 얘기했던지 저는 지금도 세상에 기자만큼 재미있는 직업이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늘 남북통일과 경제부흥에 대해 고민하고, 언젠가 필요할 거라며 전공인 경제학 외에 중국어 불어 영어를 공부하느라 잠을 줄여 노력하던 정기자는 그 뜻을 채 펼치지 못했다. 장부총재는 남편을 기려 조성된 관훈클럽 신영연구기금의 이사를 맡아 남편의 뜻을 잇고 있다. 신영기금은 큰 시숙인 정주영(鄭周永)현대그룹 명예회장이 77년이래 총 64억여원을 출연해 조성됐으며 기자들의 저술, 해외연수활동을 지원한다. 유족으로 당연직 이사가 됐지만 장부총재는 기금 운용에 일절 간섭하지 않고 있다.

“남편이 그랬던 것처럼 열정적인 젊은 기자들이 더 신나게 자기 뜻을 펼쳐 나갈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정은령기자> 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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