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후기가 흥미롭다. 그의 소설을 처음으로 읽은 친구의 독후감은 “하여튼 여자들이 ‘인간’이 되려면 아직도 멀었어”였다고 한다. 남자는 인간에서부터 시작하는데 여자는 인간에 이르기 위해 기를 쓰고 산다니, 이 근원적인 ‘여자의 아픔’을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아스피린 두 알’로는 어림없는 일이다. 그러나 ‘(친구가) 여덟 개를 빼먹고 두 알이 남은 아스피린’은 아픔의 공유를 통한 아름다운 치유를 상징한다. 딱지가 앉기까지는 보다 오랜 세월이 필요한 상처라 할지라도 서로의 상처를 함께 보듬는 데에서만이 그것을 아물게 할 수 있으니….
▷글이란 ‘산 만큼’ 쓰는 것이라고 한다. 여기서의 ‘산 만큼’이 단순히 시간의 집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얼마나’ 살았느냐보다는 ‘어떻게’ 살았느냐다. 작가는 그 치열한 삶의 방식을 나름의 주제로 풀어나가는 것이고 독자는 그 작품을 통해 다양한 삶의 모습과 마주치는 것이다.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는 32회를 거치면서 우리 문학, 특히 여성문학계에 깊고 뚜렷한 발자취를 남겨 왔다. 이제는 ‘원로’소설가인 박완서선생이 1970년 이 문을 통해 등단해 한국문단의 ‘큰 산’을 이루었고, 윤명혜 김향숙 이남희씨 등 역량 있는 소설가들을 배출해왔다. 새로운 작가의 탄생은 그 작품을 통해 우리 삶의 결을 두텁게 한다. 새로운 여성작가의 등단을 축하한다.
<전진우논설위원>young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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