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타워]한 벤처창업자의 이유있는 몰락

  • 입력 2000년 4월 11일 19시 51분


‘광고를 보면 돈을 준다’는 아이디어로 인터넷 포털서비스를 시작해 국내에 인터넷 열풍을 몰고 온 골드뱅크 김진호사장이 결국 회사를 떠났다. 릴츠펀드가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하자 소액주주 지분을 모아가며 대항했지만 경영권 방어가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는 점에 비춰볼 때 그의 쓸쓸한 퇴장은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김사장은 혹시 약육강식의 논리가 철저하게 적용되는 시장경제에서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기업의 주인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는 않았던 것일까. 그는 사업초기에 인터넷 공동체를 건설한다는 부푼 꿈을 안고 해외투자자를 끌어들여 상호신용금고 농구단 콘텐츠기업 등 수많은 회사를 인수했지만 지분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릴츠펀드의 공격이 시작됐을 때 그의 지분은 겨우 1.8%에 그쳤다.

투자자의 최대목적은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 누구든 경영권 장악을 목적으로 더 높은 수익을 보장해준다면 언제라도 태도가 돌변할 수 있는 것이다.

김사장이 벤처정신을 상실해 인터넷 환경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는 벤처업계의 비판도 릴츠펀드의 공격에 설득력을 더해준 대목이다. 사실 인터넷 공동체 구도는 초기에는 신선하게 다가와 많은 관심을 모았지만 수익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힘을 잃어가고 있다. 아이디어와 기술력만 있으면 벤처기업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은 옛말이 된 것.

회사를 설립하고 키워나가는 과정에서 회사이미지 개선과 선량한 투자자 모집, 기업경영에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의 지분관리는 필수적이다. 그래서 요즘 벤처업계 창업자들은 김사장의 문어발식 사업확장과 마구잡이식 투자자모집을 비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기업을 안정적으로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더 고민하고 있다.

김두영기자<경제부>nirvana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